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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오디세이 美路-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기차에 추억 싣고…대자연 ‘여유’에 안기다
곡성역 역사, 기차 테마공원 변신
놀이시설·장미정원 등 놀거리 풍성
대황강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수려한 산빛·물빛에 심신 치유
이른 아침의 천태암 운해 전국 최고
2023년 01월 02일(월) 18:40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2월,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을 ‘한국관광 100선’중 하나로 선정했다. 폐선된 옛 곡성역과 가정역 구간 전라선을 운행하는 증기기관차. <곡성군 제공>
1933년 개통한 옛 곡성역사와 ‘섬진강 기차마을’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섬진강과 어우러진 아트빌리지 ‘시그나기’와 ‘압록 상상스쿨’은 새로운 문화예술·체험·숙박 공간으로 기대를 모은다. 새로운 먹거리로 변신한 토란과 멜론 등 곡성 특산물은 청년세대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2023년 새해를 맞아 ‘생태관광 일번지’ 곡성의 겨울철 매력을 찾아 길을 나선다.

◇추억의 증기기관차… ‘섬진강 기차마을’=‘미카3-129’ 모델명을 붙인 증기 기관차가 막 출발하려는 듯 우렁찬 기적(汽笛)을 울린다. 옛 곡성역을 리모델링한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에 들어서면 193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오가는 옛 곡성역은 1933년 10월 15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전라선 개량화 공사에 따라 폐쇄된 역사와 철거를 활용한 ‘발상의 전환’으로 곡성을 찾는 여행자들이 첫손에 꼽는 ‘장미꽃으로 가득한 기차테마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섬진강 기차마을’내에는 4만㎡ 부지에 1004종의 장미가 식재된 장미공원을 비롯해 생태학습관과 치치뿌뿌 놀이터, 요술랜드 체험관, 로즈카카오 체험관, 짚풀공예 체험관, 낙죽장도(대장간 체험) 등 다양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커다란 바퀴 같은 대관람차와 회전목마, 바이킹 등 놀이시설을 구비한 ‘드림랜드’도 마련돼 있다.

국내 내륙 유일의 초콜릿 전문 박물관인 ‘로즈카카오 체험관’에서는 초콜릿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관과 마주보고 있는 ‘카카오 온실’에 들어서면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나무와 커피나무, 파파야, 몽키 바나나, 비파나무 등이 이채롭다.

소망과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소망의 북’과 ‘장미 여신상’을 지나 생태학습관으로 향한다. 생태학습관에서 곡성 생태습지에서 사는 ‘꼬마 잠자리’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된다. 성충 몸길이가 1.5㎝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잠자리다. 곡성 섬진강과 보성강 일대에는 제월습지와 장선습지, 침실습지, 반구정 습지, 월봉 습지(논습지) 등 모두 5곳에 습지가 있다. 생태학습관내 전시물을 읽어가다 보면 꼬마잠자리의 한 살이와 곡성의 생태자원을 절로 알게 된다.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와 주스,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다.

◇자연과 문화의 접목… ‘시그나기’·‘압록 상상스쿨’=‘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증기기관차를 탄 여행자들은 섬진강과 인접한 가정역에서 하차한다. 2021년 4월, 가정역이 자리한 산기슭에 새로운 문화예술 힐링공간인 아트빌리지 ‘시그나기’(SIGNAGI)가 문을 열었다. ‘사랑의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조지아(옛 그루지야)의 ‘시그나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곡성군은 예전에 숙박시설만 있었던 이곳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쉼터를 갖춘 복합 문화예술·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공간은 크게 ▲문화 존(아트갤러리, 기차갤러리 1·2관, 야외공연장) ▲체험 존(홈쿠킹, 수제 초콜릿, 유리공예) ▲숙박 존(캡슐호텔, 목조펜션 1~6동) ▲편의 존(카페, 아트 판매관) 등으로 구분된다.

학고재 갤러리와 파트너십으로 운영하는 아트갤러리 본관에는 눈에 띄는 명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미국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대표작인 ‘마를린 먼로 초상화’ 4점을 비롯해 남천 송수남, 남농 허건, 아산 조방원 화백 등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21세기 피에타 상이라 할 수 있는 이용백 작가의 작품 ‘피에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차갤러리 1관에는 미국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진귀한 녹음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시그나기’는 캡슐호텔(3개동 10캡슐)과 목조펜션(11~12평형)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김필중 시그나기 대표는 “섬진강변을 자전거로 라이딩 하는 라이더들과 단체 숙박객들이 많이 오고 있다”면서 “내년 봄에는 산위에서 자중(自重)으로 나무사이로 500여m를 내려오는 ‘롤글라이더’(Rollglider·짚라인과 롤러코스터를 결합)를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로 1455/ 홈페이지 www.gav.co.kr)

이와 함께 압록유원지에 조성된 ‘압록 상상스쿨’은 ‘문화로 행복하고 예술과 놀이로 하나 되는 신개념 휴식공간’을 지향한다.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미니 기차레일’과 ‘야외 물놀이장’, ‘챌린지 어드벤처’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어른들을 위한 카페와 편의점도 갖췄다. 특히 ‘챌린지 어드벤처 스카이워크’ 코스는 초급부터 고급, 그리고 11m 높이의 출렁다리 코스와 짚라인 코스로 구분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로 1060/ www.ssschool.co.kr)

보성강을 가로지르는 보도현수교 ‘대황강 출렁다리’.
◇강물 닮아가는 여행자의 마음… ‘대황강 출렁다리’=압록에서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류한다. 얼마나 물빛이 푸르고 짙으면 압록(鴨綠)이라 했을까. 섬진강을 왼쪽에 끼고 국도 17호선을 따라 내려오다 압록교앞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국도 18호선(대황강로)을 타고 보성강을 거슬러 목사동면으로 향한다.

보성군 웅치면 제암산에서 발원한 보성강은 곡성에서 대황강(大荒江), 그중 백제시대때 곡성지역 욕내군(欲乃郡) 치소가 있었던 죽곡면 당동마을 인근 구간은 ‘설강’(雪江)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으로 불렸다. 대황강을 가로지르는 보도현수교인 출렁다리는 승천하려는 한 마리 용을 연상시킨다. 길이 185m 규모로 죽곡면 태평리와 목사동면 구룡리를 이어준다. 수변관광 개발사업의 하나로 지난 2016년 11월 개통됐다. 출렁다리에서 내려다보는 강은 잔잔하다. 먹이감을 찾는 왜가리가 강물에 드러난 작은 바위에 꼼짝도 않은 채 서있다.

출렁다리 건너편에는 호젓한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다. 압록유원지에서 고려 개국공신 장절공 신숭겸 장군의 사당인 용산재까지 이어진다. 출렁다리 건너편에서 용산재까지는 2.4㎞ 거리. 대황강 일대에는 장군바우(가막쏘)와 장군샘, 철갑바위 등 신숭겸 장군과 연관된 지명들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용암(龍岩)마을, 용탄(龍灘)처럼 ‘용’자를 쓴 지명들이 눈에 띈다.

서울에서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 글을 쓰고, 농사를 짓는 김탁환 작가는 지난해 4월 펴낸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해냄 刊)에서 섬진강을 이렇게 묘사한다.

“뿅뿅다리에서 내려다본 강물은 여름보다도 맑다. 물속 돌들이 하나하나 다 보인다. 강으로 뛰어들어 돌들을 만지고 싶다. 돌의 기억을 문장으로 옮기면, 내 모난 문장들까지 저 강물에 씻겨 동글동글해지려나.”

곡성의 겨울은 잔잔한 섬진강물을 닮았다. ‘태안사 숲길’은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도보길이다.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서 계곡을 따라 능파각(凌波閣)까지 1.5㎞거리로 30여분이 소요된다. 산길 주변에는 아름드리 노각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나무들이 도보 순례객을 반긴다. 숲길 끄트머리에 자리한 능파각 난간에 앉아 귀를 기울이면 새소리와 물소리가 마음속까지 청량하게 만든다. 곡성 이곳저곳을 여행할 때 너나 할 것없이 많은 사람들이 천태암을 꼭 가보라고 권했다. 목사동면 신기리 아미산(해발 578m) 9부 능선에 자리한 도량(道場)이다. 일교차가 심한 봄·가을철 이른 아침에 천태암을 찾으면 구름바다 물결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한다. 사진작가들에게는 전국 최고의 운해 포인트로 손꼽힌다.

이밖에도 동네책방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과 ‘품안의 숲’이 곡성을 찾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김탁환 작가와 ‘농부과학자’ 이동현 농업회사법인 미실란 대표가 운영하는 ‘들녘의 마음’은 생태관련 책 500여 종을 갖추고 있다. ‘섬진강 도깨비마을’에 자리한 ‘품안의 숲’은 책방을 빌려 ‘북 스테이’도 할 수 있다.

/글=송기동·곡성=박종태 기자 song@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