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4일 서울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데 이어,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수사선상에 올리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제1야당 중앙당사의 압수수색은 폭거라며 강력 반발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거부와 함께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이날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 진입한 뒤, 오후 2시께부터 2시간 가량 당사 내부 민주연구원에 있는 김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9일 1차 압수수색이 민주당 측의 저지로 불발된 지 닷새 만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의 변호인 입회 아래 그가 사용하던 컴퓨터 등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중앙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국회 국정감사를 방해하기 위한 도발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에서 이재명 대표는 “검찰이 다시 우리 중앙당사에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출근하는 직원을 가장해 당사에 밀고 들어왔다”며 “내일이 대통령 시정연설인데 오늘 이렇게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데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제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며 “분명히 말하는데, 정쟁보다는 민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주 검찰의 압수수색은 국정감사 방해 행위라고 규탄했음에도 국감 마지막 날인 오늘 오전 또 (당사를) 침탈했다”며 “이는 내일 있는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극한적 파행을 유발하는 반성 없는 도발이다.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협치는 없고 협박만 있다. 염치는 없고 파렴치만 난무한다”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의원 전원을 감방에 처넣어야 성에 풀리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은 정치적 쇼”라며 “검찰이 민주당사를 들어오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출근하는 직원들 틈에 끼어서 기습적으로 민주연구원 부원장실까지 침입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해 오전 국감 참석을 보류하고 대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제는 협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정적 제거용 야당 탄압에 골몰하는 윤석열 정권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일단 25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출석 거부나 항의성 침묵시위 등 구체적인 방식은 추후 논의해 정하기로 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거부 방식은) 내일 오전까지 봐야 할 것 같다”며 “지금은 피케팅, 규탄 시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난 21일 이 대표가 전격 제안한 ‘대장동 특검’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김건희 특검’까지 아우르는 ‘쌍특검’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원내대표는 이날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찬성하는 국민이 반대 의견의 두 배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김건희 여사 특검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의 뒷돈이 김 부원장뿐만 아니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도 전해졌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하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최근 출국금지됐다. 정 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불법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