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지난 가운데 행정부에 대한 견제 및 민생과 미래를 위한 정책 대안이 제시되기 보다는, 과거와 같은 정쟁과 막말 논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민심의 주름을 깊게 하고 있다.

특히, 열흘 가량 남겨진 국감에서도 감사원의 서해 피격사건 감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발언 관련 고발 등 각종 정치적 뇌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여야의 격한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벌써 역대급 ‘막장 국감’이 되지 않느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막을 올린 이번 국감은 이제 반환점을 돌며 일부 상임위는 이번 주에 종합감사까지 마치는 등 사실상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이같이 국감이 마무리 단계에 왔지만, 여야의 극한 대치로 정쟁과 막말 논란은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오는 18일 법사위 국감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쌍방울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방검찰청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등이 대상이어서 여야의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연루 의혹과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집중 제기할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은 ‘정치 탄압’의 프레임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열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도 성남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등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개발 사업 의혹을 놓고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등을 둘러싼 공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7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총살감’, ‘김일성주의자’라고 언급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고발 여부를 논의한다. 김 위원장을 국회 모욕죄·위증죄 등으로 고발을 추진하는 야당과 ‘사상의 자유’를 앞세워 방어하는 여당의 대치가 예상된다.

같은 날 진행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농어촌공사 등 감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피감기관장들을 상대로 질의가 쏟아질 예정이다. 야당은 감사원의 ‘표적감사’를 문제 삼을 태세이고, 여당은 이들을 향해 자진사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의 21일 국감에는 전방위 사퇴 압력을 받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출석한다는 점에서 여야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또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 비서실이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에 대한 ‘커닝 페이퍼’ 논란도 다시금 불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7일 열리는 한국방송공사(KBS) 등에 대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최근 이른바 ‘바이든’ 자막 방송 등 사안과 관련해 공영 방송의 역할 등에 대한 질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위가 오는 20∼21일 육해공 3군 본부 및 각급 사령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국감에서는 최근 현무-2C와 SM-2 함대공미사일 등 군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실패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의 21일 기재부와 국세청 국감에서도 MBC와 YTN 세무조사와 부자감세 정책 등을 놀고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국회 교육위의 교육부 국감에서는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국감도 결국 정쟁으로 인한 맹탕 국감으로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감은 야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여당의 정치 공세를 잠재울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한 민주당의 실점이 더 크게 보인다”고 말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