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과 관련, “전국 국립대학에 반도체 학과를 설립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의 규제를 일부 없애는 등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수도권 규제 법 등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운 전국 국립대학을 활용해 인력을 양성하자는 방안이다.

20일 카이스트 김정호(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국회 정책토론회(22일 오후 2시 30분 국회)에 앞서 배포한 ‘반도체 인력 육성 방안’ 발제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 추진 반도체 인력 양성 전략의 문제로 “학생 배출과 사회 수요의 미스매치가 심각하고, 제도와 법률 문제(수도권 정원 조정), 예산 지원, 학부 졸업생 배출에 4~6년 소요, 석·박사 배출에 10년 투자, 시간의 촉박성” 등을 지적했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 국립대학에 반도체 학과를 설립하고, 장학금과 시설·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하며 전국에 10개의 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단기 아카데미를 확대하고, 산업체 박사 인력을 교수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가장 먼저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전공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겠다는 입장이다.이에 따라 비수도권과의 격차 문제 우려와 교원·장비를 비롯한 인프라 확대 등의 요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인력 양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관련 업계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하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의 2030년까지 누적 투자 계획은 510조원 이상이다.실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신시설 확충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팹 4개와 국내외 소재장비 협력업체 50여개가 함께 입주할 수 있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용전자집적회로 제조업, 비메모리용 및 기타 전자집적회로 제조업, 발광다이오드 제조업. 기타반도체소자 제조업,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 분야 등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은 1510명(조사기간 2020년 10월 12일~11월 13일)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1264명, 충청권 224명, 호남권 6명, 대구·경북권 2명 등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강득구·강민정·권인숙·서동용·윤영찬·이용빈 의원이 공동주최하는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는 정부 계획의 방향과 내용을 점검하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제1 발제는 ‘반도체 인력 현황’(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이며, 제2 발제는 ‘반도체 인력 육성 방안’(김정호 카이스트 교수)이다.

이 토로회 좌장을 맡은 서동용 의원은 “반도체 인력을 적극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환영하지만 교육부장관도 부재한 가운데 성급히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학계 및 산업계 현장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반영하는 일부터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문제까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