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처럼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더욱 취약해집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절실한 요즘,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영화제를 떠올렸어요. 미디어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사회복지사 등의 내면을 폭넓게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

광주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광산구지부가 오는 10~11일 이틀에 걸쳐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제1회 2021 발달장애인 영화제 ‘안녕영화제’를 개최한다.

백순영(59) 광산구지부장은 “발달장애인을 소재로 만든 영화나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영화, 장애인에 대한 관심으로 만들어진 영화 등 다양한 영화가 준비돼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제에서는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영화 18편이 상영된다.

영화제 개막작은 10년간의 발달장애인 자전거순례 프로그램을 기록한 ‘두 바퀴로 시작한 10년의 도전’이다.

발달장애인이자 캐리커처 화가인 정은혜 작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니얼굴’도 초청 상영한다. ‘니얼굴’은 서동일 감독의 신작으로, 11일 오후 4시 ‘영화로 보는 발달장애’를 주제로 서 감독·정 작가와 함께하는 토론회 자리도 마련된다.

또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 꿇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학교가는 길’, 광주 지역 장애인들의 우정을 다룬 ‘나의 특별한 형제’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폐막작은 광산구지부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협력해 제작한 ‘보통의 청춘’이다. 광산구지부 소속 발달장애인 10여명이 직접 시나리오·배역을 짜서 3개월에 걸쳐 촬영한 작품이다.

백 지부장은 “최근에는 영화·드라마 등 많은 작가들이 장애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며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영화제는 아마 광주를 넘어 한국에서 최초가 아닐까 한다. 장애와 복지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회를 넘어 영화제를 기획한 데도 이유가 있다. 백 지부장은 영화 한 두 편으로 본 단편적인 시선만으로 장애를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짚었다. 예컨대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전국민에게 자폐성 장애를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28살 자폐성 장애인의 어머니인 백 지부장에게는 누구보다 뼈아프게 다가왔다. 부모 입장에서는 오히려 ‘무엇을 더 챙겨줘야 하나’,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나’ 등 고민에 빠지는 영화기도 했다는 것.

백 지부장은 “모든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이 ‘말아톤’ 처럼 살 필요는 없다. 장애인들도 모두 욕구가 다르고, 부모나 사회복지사도 마찬가지다”며 “그래서 다양한 시선이 얽히는 ‘영화제’를 기획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이 장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복지는 ‘옆집’으로부터 나오는 거에요. 내 이웃의 이야기라 여기고, 영화를 있는 그대로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한 마음으로, 주인공이 돼서 축제처럼 즐기길 바랍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