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된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간호했습니다.”(안성례·전 광주기독병원 간호감독)

“계엄군이 병원을 향해서 총을 쐈다는 것에 분노했었습니다.”(이진숙·전 전남대병원 일반병동 간호사)

1980년 5월, 무자비한 계엄군의 총칼에 짓밟힌 광주 시민들을 치료하고, “울면서, 분노하면서” 병동을 지켰던 광주 간호사들이 40년 전 잊을 수 없는 ‘그 날’을 회고한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지역 병원에서 부상당한 시민군 등을 치료했던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

5·18기념재단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시간호사회와 함께 발간한 ‘5·18의 기억과 역사 10: 구술 생애사를 통해 본 간호사 편’이다.

책에는 1980년 당시 민간인 부상자 치료를 담당했던 광주기독병원, 광주적십자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4개 병원에서 활동하던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곽명자·소연석·안성례(이상 광주기독병원), 박미애·이추(이상 광주적십자병원), 노은옥·손민자·이진숙(이상 전남대학교병원), 나순옥·오경자(이상 조선대학교병원) 등 10명이 기억을 되짚는다. 간호감독 이상 고위 간부직, 수간호사 등 중간 간부직, 일반 간호사 등 다양한 직위로 일했던 이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의료인으로서 부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한 간병기, 피가 부족해 스스로 헌혈을 했던 일화 등 병원에서 경험한 5·18을 여과 없이 들려준다.

간호사 입문 배경과 병원 생활, 5·18에 관한 인식과 병원 분위기, 계엄군·시민군·일반 시민과의 관계, 5·18로 인한 병원 운영 시스템·치료활동 변화, 의약품·식품 등 조달·공급 방법 등 이야기도 다룬다.

면담 내용은 광주시간호사회가 지난 2011년 발간한 ‘간호사들의 구술록’을 편집·수정·보완했다. 면담은 지난 1996~2011년에 진행됐으며, 구술연구방법론에 따라 집단·종합적으로 이뤄졌다. 5·18이 짧은 기간에 특정 공간·장소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 정확한 상황 정리가 어렵고 혼선돼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자료를 미리 제공하고 숙지할 시간을 주는 등 최대한 정확하게 기억을 짚을 수 있도록 조사했다.

한편 이번 책은 ‘5·18의 기억과 역사’ 시리즈 10번째 권이다. 1권 교육가 편을 시작으로 2권 사회운동가 편, 3권 농민운동가 편, 4권 공직자 편, 5권 천주교 편, 6권 사회활동가 편, 7권 기독교 편, 8권 불교·원불교 편, 9권 송백회 편 등이 발간됐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