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을 맞은 지금도 5월이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어요. 40년이 지났는데도 진상규명이 안되고, 발포명령자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최초발포자가 첫 발포일이 20일이라고 우기는 걸 보면 화가 나죠.”

1980년 5월 19일, 최초로 군인이 쏜 총탄에 맞아 쓰러졌던 ‘1호 총상자’ 김영찬(58)씨는 5·18 40주년을 맞은 올해를 ‘진상규명’의 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금도 ‘그 날’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김씨는 오전 수업만 받은 뒤, 집에 걸어가던 중 대인시장 인근에서 시위대에 합류했다. 광주고와 계림파출소 중간지점에 장갑차 1대가 보였다. 운전병이 없다고 판단했고, 시위대와 함께 짚단으로 장갑차에 불을 지르려 했다.

김씨는 장갑차 해치(Hatch)에 불 붙은 짚단을 올려 놓고 근처 인도로 뛰어갔다. 갑자기 해치가 열리면서 총구가 보이더니, 몇 차례 총성과 함께 아스팔트에 불꽃이 튀었다. 총알을 아스팔트를 맞고 튀겨나와 김씨의 오른쪽 배를 관통하고 왼쪽 엉덩이로 빠져나갔다.

“하체에 힘이 쭉 빠지더니 의식을 잃었어요. 마침 현장 근처에 있었던 공중보건의 정은택(현 원광대 교수)씨가 저를 발견해 인근 외과병원으로 후송하고 응급조치해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응급처치 후 전대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장(腸)을 2m 가까이 도려내는 대수술을 5차례 받은 끝에 1980년 12월 24일 퇴원했다. 그 이후 40년 동안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건강에 이상이 없을 리가 없지요. 골반에는 주먹만한 구멍이 뚫려 있고, 장이 늘 불편해요. 매일같이 약을 챙겨먹지 않으면 살 수 없어요.”

퇴원 후에도 김씨는 10여년 동안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았다”고 한다. 공부에도, 취직에도 뜻을 잃고 방황했던 김씨는 1989년 한전에 입사한 뒤에야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김씨는 5·18 피해자를 기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82년부터 5·18 부상자회 창단 직후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나주, 화순, 광산구(옛 광산군) 등에서 5·18 부상자들을 발굴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부상자회 감사로 15년 가까이 활동하기도 했다.

“부상자회, 구속자회, 유족회 등 5·18 피해자들 중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상 후유증이 있는데도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이들도 많아요. 이들이 여생이라도 편히 살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들이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김씨는 최근 조대부고 30기 동창 고(故) 박성룡 열사를 추모하고자 모인 기념탑 설립 추진위원회에서 총무 역할을 맡기도 했다. 김씨는 “박성룡 열사는 유일한 조대부고 동기 사망자다. 나 또한 5·18과 직접 관련된 사람인 만큼 내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년퇴임을 앞둔 김씨는 퇴직 후에도 5·18 부상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56세 이후 생존자 연금 제공, 부상자회 공법단체 전환 추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5월 광주는 시민들의 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과 큰 뜻을 새로운 세대에도 체계적으로 알려야지요. 민주 정부가 집권하고, 진상규명위원회도 발족한 지금이 진전할 기회라고 생각해요. 광주와 5·18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 기대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