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첫 노사상생형 일자리로 주목 받아온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노동계의 ‘협약파기 선언 예고’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노동계는 앞서 최근 청와대와 광주시에 ‘광주형 일자리 신설 법인 박광태 대표 등 임원 3명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 지지 않자 ‘협약파기’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계가 이례적으로 파기예정 사실을 먼저 알렸다는 점에서, 정식 파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정부와 광주시, 현대차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1일 ‘더 이상 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는 없다’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를 선언했던 광주지역본부가 조만간 광주형일자리 협약 파기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끝없는 인내를 가지고 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자본의 욕심과 무능한 행정의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1월 광주형 일자리 협약식 이후 진행된 과정들은 노동배제와 희생만을 강요한 여론몰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상생형 일자리의 기본원칙인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상생방안, 노사책임경영을 요구했지만, 끝내 돌아온 대답은 ‘노동계의 헌신적 결단’ 이었다”며 “결국 노동계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지역 하청 공장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협약 파기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보이콧 결정으로 지난해 1월 광주시와 현대차,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상생방안, 노사책임경영 등 4대 원칙으로 합의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도 방향성을 잃게 됐다.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데, 현대차측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등 노사책임경영 부분 등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9월부터 광주시와 합작법인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에 노동이사제 도입, 원·하청 관계 개선 시스템 구축, 임원 임금 노동자 2배 이내 책정, 현대차 추천이사 경질, 시민자문위원회 설치 등도 요구하고 있지만, 단 하나도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기본 정신인 ‘노사상생의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공장 짓기에만 몰두해온 광주시와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책임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빠질 경우 노사상생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의 정신을 바탕으로 광주시와 현대차가 설립하는 자동차공장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사업이 명분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이날 한국노총의 성명 발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빠른 시일 내에 광주시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지난달 30일 공사 부지인 광주 빛그린 산단에서 가진 현장 설명회에서 현재 공정률이 8.1％를 기록해 목표치(7.8％)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뒤 터파기와 기초 타설 공사를 마쳤으며, 현재 철골 구조물 설치, 도로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후 일정으로는 오는 9월 생산설비를 설치하고 내년 2월 시운전, 4월 완공에 이어 시험생산을 거쳐 내년 9월 완성차 양산 계획을 내놨다.

광주형 일자리는 빛그린 산단 60만4000㎡(연면적 10만9000㎡) 부지에 연간 경형 SUV 10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는 484억원(21%)을 투자한 (재)광주그린카진흥원(광주시)이며, 2대주주는 437억원(19%)을 출자한 현대차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