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음악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는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관객들의 귀를 황홀하게 만들면서 감동을 배가시키기도한다. 또 영화 속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 영화의 즐거움을 더하기도 한다.
광주에서 제작되는 거의 모든 단편·독립영화 속 음악을 만드는 박서영(34)씨를 만났다. 박 씨는 ‘신기록’(2018), ‘흔한 이름’(2019), ‘당신은 안드로이드 입니까’(2019), ‘해미를 찾아서’(2019), ‘악의제국: 13일의금요일’(2019), ‘괜찮아’(2020) 등 광주에서 제작된 장·단편영화 속 음악들을 만들었다.
그는 광주 유일의 영화음악작곡가다. 1년에 3~4개 정도 영화음악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기도 하지만 정작 그의 뒤를 잇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학위나 학벌이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직업에 대한 문의로만 그친다는 것이다.
박 씨는 영화음악에 대해 “OST는 나레이션같은 느낌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영상과 대비되는 감정을 끌어올리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도구는 음악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적절히 써야해요. 지나치면 독이 돼죠. 음악감독은 음악이 들어가야 할 때랑 빠질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해요. 음악은 영화의 스토리를 압도하지 않은 선에서 투입돼야하기 때문에 감각이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남대 음악학과에서 작곡을 전공한 박 씨는 고등학교 1학년때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제 1대 포크가수로 알려진 아버지 박문옥씨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배웠고, 동성여중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음악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어떤 음악을 선택할지’ 생각해보니 영화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해 영화음악으로 길을 정했다.
“저는 영화보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공주 시리즈를 제일 좋아해요. 비디오 세대라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공주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보고 그랬죠. 특히 디즈니 오케스트레이션(오케스트라를 위한 작곡과 편곡)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는 디즈니 ‘알라딘’ OST 편곡자의 강의를 듣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했고 28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3년동안 영화음악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찾아주는 곳이 없었다. 서울에서 회사에 취직해 일했지만 직장생활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던 중 광주에서 독립영화를 만드는 송원재 감독이 영화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미국에서 돌아온지 딱 1년만이었다. 그렇게 송 감독의 ‘항상 똑같은 표정의 남자’(2016)는 박 씨의 첫 작품이 됐다.
“첫 작품은 음악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였어요. OST의 비중이 커서 부담감도 있었고 어렵기도 했죠. 하지만 영화 음악을 수 없이 만들어 본 지금도 어렵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박 씨는 이후 약 16작품의 음악을 작곡했다. 1년에 4~5개의 작품에 참여해 한 영화당 보통 7~8트랙의 곡을 만든다. 곡을 쓰고 연주자가 필요하면 섭외해서 녹음하는 등 상업영화 음악 제작에는 작곡가, 편곡가, 오케스트레이션, 인턴 등 거의 30명이 투입된다고 한다. 하지만 광주의 경우 영화 예산이 워낙 적어서 박 씨 혼자서 이 모든 것을 다 해낸다.
“광주 영화계가 굉장히 작아요. 이걸 어떻게 발전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참여했다가 쭉 광주에서 활동해오고 있죠. 영화제작에 투입되는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서로가 끈끈한 하나의 팀 처럼 계속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좋고 재미있어요.”
박 씨는 제39회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허지은, 이경호 감독의 ‘신기록’에도 참여했다. ‘신기록’은 한 겨울, 집 근처 운동장에서 경찰 공무원 체력시험을 준비하는 소진과 철봉에 매달려있는 현숙을 통해 데이트 폭력 등 최근 불거진 여성이 겪는 불안을 보여준다.
박 씨가 제일 공들였던 작품은 주인공이 철봉에 매달려 있는 씬에 사용된 음악이다. 그는 “주로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큰 편성의 오케스트라 위주로 작업을 한다”며 “하지만 ‘신기록’ 작업을 하면서 음악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 할때 감독들하고 상의를 많이 했어요. 특히 이 감독이 ‘풀숲에 숨어있는 꽃사슴’ 같은 느낌의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서 굉장히 난감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죠. 세 번 정도 거절당하고 네 번째서야 감독님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졌어요. 영상에 걸맞는 음악을 만드려면 감독과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이야기를 잘해야 좋은 음악이 완성됩니다.”
박 씨는 현재 김소영 감독의 ‘할머니와 감나무’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영화 뿐만 아니라 무용, 게임, 미술전시 등에 쓰이는 음악도 만들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 작업해야 하는 영화들이 3편 정도 있어요.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해서 서울 등 다른지역 영화계에서도 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올해 목표 중 하나가 광주 영화음악 팀을 단단하게 꾸리는 겁니다. 지금보다 더 음악을 더 잘 만들면 다른 지역에서도 영화를 만들 때 OST를 광주에 의뢰하지 않을까요. ‘영화음악’하면 누구나 광주를 떠올리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광주에서 제작되는 거의 모든 단편·독립영화 속 음악을 만드는 박서영(34)씨를 만났다. 박 씨는 ‘신기록’(2018), ‘흔한 이름’(2019), ‘당신은 안드로이드 입니까’(2019), ‘해미를 찾아서’(2019), ‘악의제국: 13일의금요일’(2019), ‘괜찮아’(2020) 등 광주에서 제작된 장·단편영화 속 음악들을 만들었다.
박 씨는 영화음악에 대해 “OST는 나레이션같은 느낌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영상과 대비되는 감정을 끌어올리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도구는 음악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적절히 써야해요. 지나치면 독이 돼죠. 음악감독은 음악이 들어가야 할 때랑 빠질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해요. 음악은 영화의 스토리를 압도하지 않은 선에서 투입돼야하기 때문에 감각이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어떤 음악을 선택할지’ 생각해보니 영화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해 영화음악으로 길을 정했다.
“저는 영화보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공주 시리즈를 제일 좋아해요. 비디오 세대라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공주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보고 그랬죠. 특히 디즈니 오케스트레이션(오케스트라를 위한 작곡과 편곡)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는 디즈니 ‘알라딘’ OST 편곡자의 강의를 듣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했고 28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3년동안 영화음악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찾아주는 곳이 없었다. 서울에서 회사에 취직해 일했지만 직장생활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던 중 광주에서 독립영화를 만드는 송원재 감독이 영화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미국에서 돌아온지 딱 1년만이었다. 그렇게 송 감독의 ‘항상 똑같은 표정의 남자’(2016)는 박 씨의 첫 작품이 됐다.
“첫 작품은 음악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였어요. OST의 비중이 커서 부담감도 있었고 어렵기도 했죠. 하지만 영화 음악을 수 없이 만들어 본 지금도 어렵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박 씨는 이후 약 16작품의 음악을 작곡했다. 1년에 4~5개의 작품에 참여해 한 영화당 보통 7~8트랙의 곡을 만든다. 곡을 쓰고 연주자가 필요하면 섭외해서 녹음하는 등 상업영화 음악 제작에는 작곡가, 편곡가, 오케스트레이션, 인턴 등 거의 30명이 투입된다고 한다. 하지만 광주의 경우 영화 예산이 워낙 적어서 박 씨 혼자서 이 모든 것을 다 해낸다.
“광주 영화계가 굉장히 작아요. 이걸 어떻게 발전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참여했다가 쭉 광주에서 활동해오고 있죠. 영화제작에 투입되는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서로가 끈끈한 하나의 팀 처럼 계속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좋고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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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가 제일 공들였던 작품은 주인공이 철봉에 매달려 있는 씬에 사용된 음악이다. 그는 “주로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큰 편성의 오케스트라 위주로 작업을 한다”며 “하지만 ‘신기록’ 작업을 하면서 음악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 할때 감독들하고 상의를 많이 했어요. 특히 이 감독이 ‘풀숲에 숨어있는 꽃사슴’ 같은 느낌의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서 굉장히 난감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죠. 세 번 정도 거절당하고 네 번째서야 감독님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졌어요. 영상에 걸맞는 음악을 만드려면 감독과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이야기를 잘해야 좋은 음악이 완성됩니다.”
박 씨는 현재 김소영 감독의 ‘할머니와 감나무’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영화 뿐만 아니라 무용, 게임, 미술전시 등에 쓰이는 음악도 만들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 작업해야 하는 영화들이 3편 정도 있어요.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해서 서울 등 다른지역 영화계에서도 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올해 목표 중 하나가 광주 영화음악 팀을 단단하게 꾸리는 겁니다. 지금보다 더 음악을 더 잘 만들면 다른 지역에서도 영화를 만들 때 OST를 광주에 의뢰하지 않을까요. ‘영화음악’하면 누구나 광주를 떠올리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