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농촌 마을에 문화꽃을 피우다.’

시골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이 미술관 나들이에 나선다. 미술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리고, 멋진 전시회의 주인공이 된다. 미술관에서 열리는 공연 구경도 간다. 국악 무대도 열리고, 재즈 공연도 펼쳐진다.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근사한 미술학교다. 함께 어울려 수업을 받고 미술관에 와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도 연다.

지역에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미술관들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활동을 하기 어려운 농촌지역민들에게 문화 향기를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관광부가 올해 처음으로 농협중앙회, (재)국립박물관 문화재단과 함께 ‘농촌 지역사회 기여 박물관·미술관 우수사례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우수기관을 선정한 것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미술관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열린 시상식에서는 응모기관 19곳 중 모두 3개 미술관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해남 행촌미술관(관장 이승미)을 비롯해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상을 수상한 고흥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과 농협중앙회장상을 수상한 화순 다산미술관(관장 이대겸·이정남) 등 3개 미술관 모두 전남 지역 미술관이다. 이번에 선정된 3곳의 미술관은 일반 관람객들도 한번쯤 들러봐도 좋은 곳이다. 지역 여행을 떠날 때 나들이 코스에 넣어보는 것도 좋다.

행촌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행촌미술관.

행촌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수윤아트스페이스.

◇해남 행촌미술관=해남종합병원 설립자인 행촌 김제현 박사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재)행촌문화재단은 해남종합병원 내 유휴 공간과 섬 지역 폐교, 지역 유휴 골프연습장을 각각 행촌미술관과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마도작업실), ‘수윤아트스페이스’ 등으로 재생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해남종합병원 동관 1층에 개관한 행촌미술관은 예술작품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민들은 물론 병원 환자들에게 미술문화를 향유하고 심리적 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해남읍 학동리 ‘수윤아트스페이스’는 옛 골프연습장 클럽하우스를 재생한 문화예술공간이다. 이곳은 해남 지역 청소녀들의 문화예술체험장이자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기도하다. 이곳을 찾는 지역 청소년들은 농부·목수들과 씨를 뿌리고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짓는다. 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드로잉 클럽’, ‘우리동네수묵클럽’ 등도 진행했다.

행촌문화재단은 연간 10회 이상 전시와 공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술가 40여 명 이상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3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해남 지역의 역사·문화를 예술작품으로 재생산하는 ‘풍류남도 해남 프로젝트’는 재단의 대표 기획이다. 매년 전국에서 활동하는 40명여명의 예술가를 초청, 해남 지역을 탐방하고 그 결과물을 녹우당, 대흥사 등 명소는 물론이고 해남군 유휴 공간에서 선보여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또 ‘농부화가’ 김순복 할머니 등 지역에 사는 평범한 주민을 ‘작가’로 데뷔시키기도 했다.

고흥 남포미술관.

◇고흥 남포미술관=지난 2003년 문을 닫은 영남중학교를 리모델링해 2005년 문을 연 미술관이다. 1965년 고향 사랑의 마음으로 학교를 세웠던 아버지의 호를 따 아들 곽형수 관장이 사비를 털어 새롭게 개관했다. 실내 공간의 교실은 4개의 멋진 갤러리로 꾸며 지역청년작가 발굴전, 원로작가초대전 등 수십차례 기획전을 가졌고 운동장은 누구나 찾아와 산책할 수 있는 소박한 정원으로 조성했다.

남포미술관은 살아있는 미술학교이기도 하다. 영남초등학교 등 지역 거주 학생들이 외부 강사, 학예사와 함께 미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지역 주민들의 전시회도 열렸다.

남포미술관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대표적인 문화행사다. 지금까지 국립국악원,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군 군악대 등이 다녀갔고 다채로운 클래식 공연과 어린이 연극 등도 열었다.

지역 사회 공헌 프로그램 역시 눈에 띈다. 도서 지역과 복지시설, 군부대 등을 찾아가 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찾아가는 미술관’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문화를 활발하게 나누고 있으며 특히 2011년부터 고흥군 내 국립소록도병원과 인연을 맺어 환자와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소록도 대형벽화 제작 등을 추진했다.

◇화순 다산미술관(관장 이대겸·이정남)=지역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최근 3년간 전시·교육 활동을 20여 회 펼쳐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화순 다산마을 인근 초등학생과 선생님, 어르신 등이 직접 예술가로서 참여하는 ‘다산의 중심에서 예술을 외치다’ 전시는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증진하는 모범 사례가 됐다.

지난 20일까지 열렸던 ‘예술이 있고, 예술로 잇는 교육프로그램’ 결과물 전시인 ‘WE’전은 다산마을에 살고 있는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만든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마음의 벽과 세월의 벽을 허물기 위해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조를 구성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어르신들의 집을 알아 맞춰보는 퀴즈 시간을 갖기도 했으며 여러가지 재료를 이용해 거주하고 있는 집을 자신만의 느낌대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또 아이들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보고 느꼈던 것을 마을 지도로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모두 함께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했고, 그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들도 영상에 담아 전시했다.

또한 다산미술관은 지역작가발굴전과 청년작가지원전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힘썼다.

/김미은 기자 me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