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 박사과정생이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돼 화제다. 주인공은 조선대 국문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김민교(38)씨.

김 씨는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에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분석한 ‘남성 성장소설을 넘어서-‘위안부’ 피해자를 재현한다는 것’이 당선됐다. 투고 당시 김 씨는 ‘이소’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대학원 진학하기 전 10여 년 정도 약사를 했습니다. 근데 약사를 하는 중에도 문과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사회학이나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김씨는 숙명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국립암센터에서 약사로 근무했다. 그러나 암병동에서 일하면서 안타까운 비극에 무뎌지는 삶이 힘겨웠고,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에 정착하게 된 것은 결혼을 하면서였다. 광주의 병원에서 약사로 일하다가 국문과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 공부를 했다.

김 씨는 “이야기를 표현하거나 시를 형상화하는 것보다 문학 작품 자체에 관심이 많다”며 “텍스트 이면에 내재해 있는 정신적 무의식이든, 감각이든 다양한 요인에 흥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번 당선작은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쓴 글이다. 박사과정을 졸업한 이후에도 위안부 피해자 부분을 천착할 생각이다.

“위안부 피해자는 여러 문제가 교차되는 부분이지요. 여성, 제3세계,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층위가 맞물려 있죠. 다시 말해 여성문제 뿐 아니라 국가 폭력, 식민지 부분 등이 중첩되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다면적, 다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위안부 피해자는 성적인 부분과 관련돼 있어 의미화하기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이 문제가 많이 재현되지 못한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당선작은 위안부 피해자가 지닌 문제적인 지점, 다시 말해 타인의 고통을 부인하거나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서사의 욕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데 있다. 물론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글이 지향하는 부분이다.

김 씨는 전통적인 문학 전공자와 달리 이과 출신 평론가라 기존의 ‘문법’과는 다른 글을 쓸 것 같다. 특히 “이과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작품을 볼 때 이과적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다.

“작품을 볼 때 인간적, 서사적 관점으로 보기보다 공간을 분할해서 본다든지 하는 특성이 있어요. 전통적인 시각으로 문학을 보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법이겠죠.”

앞으로 김 씨는 ‘위안부 피해자’ 주제를 토대로 평론도 쓰고 더 깊은 공부를 할 계획이다. 김 씨를 통해 정통의 문학 문법과 결이 다른 사유와 시각이 투영된 의미 있는 글이 많이 생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