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이라 부른다.”

칼 구스타프 융의 말을 시작으로 서사가 전개되는 장편 소설이 출간됐다. 지역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이자 현직 의사인 조안영 박사가 펴낸 ‘스키마’(지식과 감정)는 무의식인 ‘스키마’를 모티브로 했다.

소설은 ‘인지’, ‘암묵적 기억’, ‘회피’, ‘해리’, ‘스키마’, ‘고해’라는 순서로 이어지며 마치 한 편의 의학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미스터리와 추리라는 기법을 매개로 인물의 마음을 정치하게 들여다본다. 이에 대해 소설가 이기호는 “작가는 마치 ‘수동적 의존성’에 빠진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부검하는 검시관처럼 그 이면과 그 관계를 필사적으로 파헤쳐 들어간다”고 평한다.

저자는 “내 몸의 일부였던 이것을 떼어내 여기에 내어놓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것이었다가 혐오스러운 살덩이였다가 그저 하나의 책이 되어 버린 이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의 것도 내가 보는 세상인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모든 것이 그저 머릿속의 공상일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라고 말한다.

한편 조 작가는 2017년 지역 일간지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성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