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변신’, 에밀 졸라 ‘목로주점’, 조르주 페렉 ‘사물들’을 모티브로 한 미술 작품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카프카의 ‘변신’은 소외 문제를 우의적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은 자연주의의 효시가 된 19세기 작품이며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은 유목의 삶과 시간을 탐색한 소설이다.

이번 전시는 서구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소재로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시도한 기획전으로 10일부터 28일까지 산수미술관에서 개최된다. 문화재단의 2019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 청년예술인창작지원으로 진행되며 문학과 미술, 인문 담론과 시각 예술의 창작 행위와 매개 내용을 담았다.

특히 양혜진은 ‘문학과 미술, 탐(貪) ATTACHMENT’전을 기획하며 광주 청년 독립큐레이터로 첫 발을 내디뎠다. 작가로는 이인성, 정승원, 최요한이 선정됐으며 이들은 선정된 문학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와 사회적 상황을 접하고 자신의 시대와 현실 상황을 작품에 반영했다.

이인성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의 방을 기존의 평면작업에서 벗어나 전시공간에 형상화한다. ‘변신’의 방 안에서 해충으로 변해가는 그레고르 잠자의 모습이 이인성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다.

정승원은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에 등장한 세탁부 제르베즈의 벗어날 수 없는 우울한 상황을 표현한다. 현대사회 코인 빨래방에 온 사람들과 대비해, 졸라가 세탁부의 눈으로 바라본 하층민의 삶과 대조적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요한은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과 연계한 작품을 선보인다. 현대인에게 큰 비중이 된 SNS를 인간의 탐욕, 욕망을 담은 프레임으로 접근한다. ‘탐’은 대상에 들러붙어서 떠나지 못하는 상태이며 ‘욕’은 하고자 하는 바람, 상태를 의미한다.

큐레이터 양혜진은 이번 전시에 비평가 양초롱(현대미술사 박사)과 함께 관람객 스스로 탐독하는 행위를 이끌어낸다. 큐레이터와 작가, 비평가를 매개로 문학과 미술을 가로지르는 탐독 행위는 이색적임 묘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 오프닝 10일 오후 6시, 무료 관람. 월요일 휴관.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