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F1(Formula One)대회조직위원회를 청산한다.

지난 2009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받아 F1대회의 준비·운영·지원 업무를 맡는 공식기구로 설립된 뒤 10년 만에 청산을 추진키로 하면서 ‘영욕의 F1’ 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절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1일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도 F1대회조직위원회(F1조직위)는 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에 대회 주관사인 FOM(Formula One Management)과의 위약금 문제가 마무리되는 2022년 이후 조직위원회 청산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1조직위가 2015년 대회 미개최에 따른 계약 위반을 들어 위약금 지불을 요구한 FOM과의 계약당사자인 만큼 영국법상 채권소멸시효(6년)를 넘기는 2022년까지 FOM의 위약금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약금 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어 청산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게 전남도 입장이다. FOM은 지난 2016년 5월 5차 협상 결렬(FOM 위약금 1150만달러 요구 → 수용불가 통보) 이후 새로운 제안이 없는 상태로, 사실상 위약금 분쟁이 종료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렇게되면 지난 2009년 F1대회지원법에 따라 설립된 뒤 4년 간 F1 대회를 치르며 1902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 ‘혈세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았던 대회 주관기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F1조직위는 4년 간 대회를 치르며 연간 16만2000명씩 64만7000명의 관람객을 ‘전남 영암’으로 불러들이는 성과를 올렸고, 전 세계 185개국에 중계되면서 전남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열악한 재정여건과 중앙정부의 제한적 국비지원으로 대회 개최비용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모터스포츠 저변이 열악한 국내 여건을 극복하지 못해 티켓 판매와 광고, 기업 스폰서 확보 등에 실패하면서 4년 간 누적 적자만 1902억원을 냈다.

전남도 역시 F1 대회를 개최하면서 2848억원의 지방채를 발행, 내년부터 2029년까지 갚아야할 빚이 115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남해안 일대를 동북아 관광 허브로 개발, 지역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영암·해남 관광중심형 기업도시’ 선도사업으로 추진됐던 F1 대회가 오히려 미래 신규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전남도는 F1 조직위 청산에 앞서 F1 명칭이 새겨진 도로명판(100개)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가 하면, F1 경주장 내 경주팀원들이 머물렀던 팀빌딩과 패독(paddock) 빌딩을 리모델링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