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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식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농업인의 지위 향상과 식량 안보
2019년 11월 13일(수) 04:50
최근 일본의 수출 제한 사태는 수입 제품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국가의 산업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깨우쳐 주었다. 만약 식량을 다른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식량을 수입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항상 국민이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을 유지하는 식량 안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곡식의 자급률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고 밀, 콩, 옥수수 등 나머지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 안보가 취약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최근 3년(2015~2017년) 평균 23%에 그쳤다.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가축이 먹는 사료용 곡물을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곡물의 77%가 수입품이라는 뜻이다. 반면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에서 소비되는 곡물을 자국에서 생산하며 식량 안보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전 세계 평균 곡물 자급률은 101.5%에 이르렀다. 특히 호주의 곡물 자급률이 289.6%로 가장 높았다. 캐나다는 177.8%, 미국은 125.2%로 북미 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곡물 자급률을 기록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량의 일정 비율을 비축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수출국의 수출 규제 등에 대비해 품목별로 3~4개 국가 정도로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국외 산지의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내 농업 생산 증대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주요 곡물들의 국내 농업 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이 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갈수록 농업 환경은 어려워지고만 있다.

특히 지난 10월 25일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개발 도상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인해 농업 부문은 앞으로 더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농업의 가치가 식량 안보를 넘어 자연 환경 보전, 식품 안전성, 국토 균형 발전 등 다양한 공익적인 가치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농업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이다. 나라의 근간이 되는 농업을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해 농업인 기본 소득 보전, 공익형 직불 제도 확대 개편 등을 비롯하여 농업 부문에 대한 강력하고 다양한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농업 보조금 비율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2017년 기준 28억 9800만 달러로 농업 총생산액 대비 6.7%에 불과하다. 농업 보조금을 산정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농업 보조금 비중이 크다. OECD 평균은 10.6%였고, 유럽연합(EU)은 이보다 더 높은 17.1%에 달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41.3%로 우리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선진국에서는 농업 보조금을 단순히 농가 소득 보전이라는 측면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농업 보조금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농업 보조금을 단순히 농가 소득 보전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확산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은 황해도 국산의 수령으로 있던 시절에 임금께 올린 상소문에서 편농(便農), 후농(厚農), 상종(上農)을 통해 농업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편농은 농민이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고, 후농은 농민의 소득이 높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상농의 의미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농업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11월 11일 24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더욱 농업인의 지위가 높아지고 농사 짓기 좋은 환경이 조성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