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색들의 향연이다. 온갖 꽃, 새, 동물과 함께 동화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이국적인 소년 소녀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서양화가 김해성 작가는 자유로운 여행자다. 그가 찾은 곳은 대부분 오지였다. 설산과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중국의 중덴과 아덴, 네팔 북부, 라다크를 걸었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인물들과 이야기를 화사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김해성 작가의 초대전이 19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광주신세계갤러리가 지역미술 활성화를 위한 광주지역 중견작가 초대전으로 준비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샹그릴라, 무욕의 땅-길을 걷다 줍는 별’. 샹그릴라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상향이라 여기는 지상 낙원이자 마음 속의 고향이다. 김 작가는 오지에서 만난 이들이 얼굴에서, 그곳의 풍광 속에서 샹그릴라를 봤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인물을 그린 20여점의 회화 작품과 현장의 생생함이 느껴지는 스케치 작품을 만난다. 작가는 “세상에서 벗어나 문명과 거리를 둔 여행길에서 만난 그것들은 별이었다”고 말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도의 라다크, 미얀마와 캄보디아, 몽골 등은 그가 동료 작가들과 미술교육, 벽화작업, 문화행사 등을 통해 나눔을 실천해온 공간이자 그에게 삶의 소중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깨우쳐준 고마운 장소이기도 했다.

그가 만난 티베트인들이나 오지 사람들은 가난한 삶을 살지만 천진난만하고 언제나 웃는 모습이다. 꾸밈없이 순수하고 평화롭다. 서로 나누고 돕는 아름다운 삶, 자연에 동화된 순수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샹그릴라의 모습을 본 작가는 에메랄드 빛 호수와 눈부시게 푸른 하늘, 흙산과 바위 언덕 사이에 싱싱하게 빛나며 흔들리는 초록 이파리들, 마음을 들뜨게 하는 꽃향기, 불경을 외는 동자승 등을 화폭에 그려 넣었다.

김 작가 특유의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좋지만 수채화물감으로, 먹물로 편안하게 그려나간 소박한 스케치 작품들에 오래도록 눈길이 간다. 수묵으로 그려낸 순박한 라다크의 여인이나, 동생을 안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오빠의 모습 등은 온기를 전한다.

조선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김 작가는 지금까지 22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레지던시 프로그램에 1기로 참여했다. 현재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및 ‘선과 색’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시 오픈 19일 오후 6시30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