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서 할머니 두 분이 햇빛을 가리기 위한 큰 모자를 쓰고 대파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한 분은 쭈그려 앉아 대파를 뽑는데 다른 한 분은 선 채로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작업을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간다. “허리 아픈디 앉아서 뽑지 그라요?” “앉아서 일하믄 무릎이 더 아픈께요잉-”

‘농부 화가’ 김순복(62) 씨의 그림에 담긴 농촌의 모습이다. 직접 농사를 짓는 그는 딸이 선물해 준 파버카스텔 72색 색연필로 농촌의 일상을 화폭에 담고 있다. 2017년 5월 첫 전시회 ‘순 진짜 참기름처럼 고소한 그림 전시회’를 기획한 이승미 행촌미술관 관장은 그의 작업을 두고 ‘손으로 농사짓는 마지막 세대의 기록’ 이라고 말했다. 행촌미술관이 운영하는 수윤 아트 스페이스에 가면 전시된 그의 초기작과 최근작을 볼 수 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농촌의 고단하면서도 행복한 삶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흘러나온다.

무안군 일로읍 청호리에는 ‘못난이 미술관’이 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조각가 김판삼 씨가 개관했다. 미술관 바깥과 내부에는 배가 부룩하고, 눈이 찢어지고, 파마머리를 한 ‘못난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유년시절의 동심과 부모와의 가족애 등이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형상화돼 있다. 미술관 내부에는 무인 카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영산강 길을 자전거로 즐기는 라이더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찾곤 한다. 방명록에 남긴 미술관 방문객들의 댓글을 읽다 보면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울 엄니 같은 미학 동심이 살아나네요.”

광주·전남에는 곳곳에 사립 미술관들이 있다. 광주 동구 운림동 일대에는 5개 미술관이 밀집돼 있어 ‘미술관 밸리’로 불린다. ‘연홍도 미술관’ 등 전남에도 보석 같은 미술관들이 산재해 있다. 단순히 그림 전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과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우리 동네 작은 미술관을 찾아 ‘아트 피서’를 즐겨 보면 어떨까. 여행이나 등산복 차림을 한 중장년들로 북적이는 일상 속의 즐거운 미술관을 상상해 본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