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을 맞은 정태춘·박은옥 부부 이름이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저마다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노래 하나쯤 있을 텐데 나에겐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가 그런 노래 중 하나다. 그래서 최근 그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때의 일이 새삼스레 떠오르곤 했다.

아마도 ‘음악’은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 중 하나일 것이다. 음악과 함께 추억을 소환하는 또 다른 강렬한 소재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과 더불어 그 음식을 나누었던 이들, 나누었던 공간까지 떠올리면 저절로 추억 여행이 시작되니까.

광주시립미술관 ‘맛있는 미술관’전(11월3일까지)에서 아카이브 ‘영흥식당’을 접한 순간 추억이 ‘와르르’ 쏟아졌다. 옛 동구청 뒤에 있던 영흥식당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였고, 직장인들이 하루의 고단함을 풀던 선술집이었다. 지난해 문을 닫아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영흥식당’ 간판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풍겨오던 전어구이 냄새였다. 회사에 입사한 후 선배들을 따라 가끔 들르기도 했던 영흥식당이 문을 닫기 3년 전엔 이 집 사장과 긴 시간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주인장의 기억을 통해 사람 좋았던,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회사 선배의 모습도 떠올렸었다.

전시장에서 대전의 콜렉터가 작품을 구입해 가 이미지로만 보던 임남진 작가의 100호가 넘는 ‘풍속도 Ⅱ-영흥식당’(2006)을 ‘실물’로 만나 더없이 반가웠다. 박문종 작가의 노랫소리가 하염없이 흐르는 해학 넘치는 홍어 작품, 윤남웅 작가가 부려 놓은 시장 풍경, 김영태 작가의 앵글로 만나는 광주 식당 풍경도 흥미롭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미디어 아트와 조각으로 만나는 이이남 작가의 주먹밥이나 동물 문양·하트 등 다양한 소재로 빚어낸 도자기 도넛, 군침을 돌게 하는 커다란 사과 작품 등도 전시되고 있다.

전시 기간 중에 영흥식당 임 사장님의 맛깔스러운 손맛을 만날 수 있는 근사한 이벤트가 열리면 좋겠다. 그래서 이곳을 추억하는 이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하늘나라에 있는 그 선배도 함께.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