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꽃범호 처음 울던 날 그라운드 떠나갔다네
KIA-한화전 3루수 출전 은퇴경기...20년 프로선수 생활 마감
5회말 극적인 만루 기회 팬들 기립해 “이범호” 연호
좌익수 뜬공으로 아쉬움...가족·동료·팬들 속 눈물의 은퇴식
2019년 07월 15일(월) 04:50
“함성소리 들었죠?”라며 눈시울을 붉힌 이범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20년 선수 생활의 마지막 날을 이야기했다.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가 2001번째 경기로 자신의 프로 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범호는 지난 13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3루수로 은퇴 경기를 치렀다.

2회 첫 타석에서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골라낸 이범호는 4회 2사에서 맞은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리고 경기 전 ‘5회’를 예고했던 이범호에게 극적으로 마지막 타석이 돌아왔다.

0-7로 뒤진 5회말 7번부터 공격이 시작된 만큼 6번 이범호까지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KBO리그 통산 17개의 만루홈런을 터트리면서 ‘만루의 사나이’로 불린 이범호에게 신은 미소를 보였다. 야수선택을 놓고 한화측의 이의제기로 비디오판독까지 이뤄져 만들어진 만루였다.

만루에 이범호가 등장하자 매진(2만500석)이 기록된 챔피언스필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KIA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범호를 외치며 ‘만루 사나이’의 등장을 반겼다. 경기장이 울릴 정도로 큰 함성이 이어졌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이범호는 한번 방망이를 헛친 뒤 볼을 골랐다. 그리고 4구째 이범호의 방망이가 움직였다. 아쉽게도 공은 멀리 뻗지 못하고 좌익수 글러브에 막혔다.

이범호는 6회초 수비 때 글러브를 끼고 3루로 향했다. 오랜 시간 굳게 지켜왔던 3루를 밟은 이범호는 팬들에게 인사를 한 뒤 박찬호에게 자리를 주고 물러났다. ‘선수’ 이범호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꼭 이기고 싶다”던 후배들의 바람과 달리 경기는 5-10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이범호에게는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 중 하나가 됐다. 경기가 끝난 뒤 만원 관중앞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치른 이범호는 선수로서 마지막 인터뷰에 나섰다.

마지막 타석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범호는 “함성소리가 너무나도 컸다. 그 함성소리 때문에 교체돼서 나올 때 눈물이 나왔다”며 “마지막 타석에 치지 못했지만 너무나도 화려하게 마지막 타석을 하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남았다. 모두가 기다렸던 결과도 낼 수 있었지만 방망이가 너무 빨랐다.

이범호는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리면서) 하늘이 마지막 타석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이프 같다. 스윙 하자’는 생각을 했다”며 “그 전에 타이밍이 늦어셔 이번에는 삼진을 먹더라도 빨리 (타이밍을) 두자는 생각이었다.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점점 볼이 느려진다는 것을 생각을 안했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이범호의 가족은 경기장에 ‘꽃범호는 이제 또 다른 꽃으로 피어나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고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찬스에 강했던 클러치 히터이자 뛰어난 리더십으로 3년간 팀을 이끈 주장으로 그라운드에 꽃을 피웠던 이범호. 그가 20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지도자로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