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극장 문을 나서다 노년의 부부가 나눈 대화를 들었다. 나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한 인간에게 저런 삶을 살게 만든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책과 사진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부군에 총살당하는 모습을 맞닥뜨릴 땐 깊은 한숨이 나왔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게릴라전을 통해 쿠바 혁명을 성공시켰으나 권력과 안락한 삶을 버린 채 다시 콩고를 거쳐 볼리비아 게릴라로 활동하다 최후를 맞은 인물. 체 게바라(1928년~1967)는 인간의 존엄과 용기를 해치는 세상의 모든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진정한 혁명가였다. 그는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꾸자”라고 했다.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칭했다.

영화 ‘체 게바라-2부 게릴라’는 그가 볼리비아 무장 게릴라의 리더로 활동하는 모습과 죽음을 생생히 담고 있다. 아카데미 감독상 등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가 메가폰을 잡았다. 체 게바라 역할을 맡은 베니치오 델 토로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300여 일이 넘는 투쟁 과정을 마치 다큐처럼 담담하게 잡아낸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은 어떤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고 말하는 그는 “당신은 무엇을 믿느냐”는 한 게릴라의 질문에 ‘인간’이라고 답한다.

영화에서 참 인상적인 건 끝없는 행군과 숱한 총격전을 치르는 순간에도 늘 책을 읽고 무언가를 메모하는 모습이었다. 총살 당시 그의 배낭 속엔 색연필로 덧칠이 된 지도와 함께 두 권의 비망록이 들어 있었다. 이 기록은 ‘체 게바라의 일기’로 출간돼 훗날 많은 이들이 그의 삶과 사상을 접할 수 있게 했다. 노트에는 파블로 네루다 등 그가 좋아했던 시인 네 명의 시를 필사한 69편이 실려 있었다.

‘체 게바라-1부 아르헨티나’를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주말인 오는 6일 오후 5시20분부터 광주극장에서 1부와 2부를 연속 상영한단다. 체 게바라의 삶이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