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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자서전
2019년 06월 18일(화) 04:50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자면 책 몇 권은 될 것이다.” 흔히 어르신들로부터 듣는 얘기다. 해방 전이나 한국전쟁 중에 태어나신 어르신들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전쟁 등 많은 고난을 겪어야 했다. 이런 자신의 발자취를 글로 정리하면 개인의 나이테이자 나라의 역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최근 출간된 해남 출신 한준식 어르신의 ‘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일흔 살 무렵, 기억을 되살려 한국전쟁 당시 참혹한 전쟁터에서 보냈던 청춘의 이야기를 대학노트에 꼼꼼하게 적었다. ‘6·25 참전 전투 기록’이라는 제목도 달았는데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할아버지의 노트를 우연히 발견한 손녀는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고, 네티즌들의 열띤 호응 끝에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박막례(71) 할머니는 PD인 손녀와 함께 최근 에세이집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펴냈다. 박 할머니는 ‘백세 시대’에 걸맞게 도전적으로 유튜브라는 새로운 영역을 거침없이 자기의 마당으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책에는 영광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그의 힘겨운 ‘전반전’ 인생 이야기와 유튜버로 남다른 ‘후반전’을 사는 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근 어르신들의 자서전 출판이 활발하다. 본인이 직접 쓴 책도 있지만 손녀나 가족들과 함께한 경우도 많다. 이들의 자서전에는 유명인들의 그것에서 보이는 허장성세가 전혀 없다. 그저 자신의 삶의 궤적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남길 뿐이다. 한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을 감춰 가며 회고록을 쓴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어르신들이 자서전을 쓰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광주 서구청 등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많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아 온 어르신들의 일상은 훌륭한 자서전감이다. 우선 자신의 부모님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부터 차근차근 듣고 정리하면 어떨까. /송기동 문화2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