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이 수확이 끝난 보릿대 처리 방안을 놓고 농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모내기에 방해가 된다며 현장에서 소각하는 농민들과 달리, 메케한 연기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불법 행위라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게 자치단체 판단이다.

16일 군산시를 비롯한 도내 기초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보리 수확 철을 맞아 농촌 들녘의 보릿대 소각 행위를 단속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규모 농지에서 보릿대를 태우다 보니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냄새가 진동하는데다, 농업 부산물의 불법 소각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는 화재로 번지는 경우도 빚어지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보릿대를 논밭에서 그대로 태우는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어 일선 자치단체들은 보리 수확 철이면 단속반을 운영하며 현장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군산시 등은 농가를 대상으로 “보릿대를 태우면 안 된다”며 홍보도 하고 마을 총회, 반상회를 열어 안내하는 ‘소각 금지’를 전파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모내기를 할 수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릿대가 억센 탓에 갈아엎은 뒤 모내기를 하면 모가 제대로 활착하지 못한다는 게 농민들 주장이다.

보릿대를 수거하더라도 마땅히 쓸모가 없다는 점도 소각을 부추기고 있다. 보릿대는 볏짚과 달리 소화 효율이 낮아 소먹이 등으로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수거·처리 비용도 적지 않고 보리 수확과 모내기 철이 겹치는 점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릿대를 수거해 지정된 장소에서 소각 등으로 처리하고 싶어도 이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자칫 모내기 철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농가 입장에서 무작정 단속하기도 난감하고 대책도 없어 아예 소각을 합법화해달라는 건의도 여러 차례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박금석 기자 nogu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