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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PC방 알바생 어찌하오리까
밤 10시 이후 청소년 내보내지 못해…현행범 체포
광주 여대생 전과자 될 처지
기소유예 처분 받더라도
취업 제한 등 불이익 우려
경찰, 즉결처분 등 구제 논의
2019년 06월 13일(목) 04:50
유아특수교사가 되고 싶은 여대생 박모(21·광주시 광산구 신가동)씨는 또래보다 1년 늦게 대학에 입학해 꿈을 키우고 있다.

박씨는 빠듯한 집안 살림을 조금이나마 돕고자, 지난해 12월부터는 PC방 야간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하루 3~4시간씩 일해 받는 월급은 30만원 수준이지만, 박씨에겐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하지만 요즘 박씨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전과자가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평소처럼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박씨는 지난달 14일 밤 10시 10분께 갑자기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박씨에게 “청소년의 PC방 출입금지시간(밤 10시~다음날 오전 9시)인데도 청소년의 PC방 이용을 허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했다.

박씨는 “당시 가게 안을 청소하느라 남아있던 청소년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31일 검찰에 기소됐다.

박씨는 12일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경찰조사까지 받게 될 줄을 꿈에서도 생각 못했다”며 “나중에 유아특수교사의 꿈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PC방·노래방 등에서 심야 아르바이트에 나선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들이 청소년 손님을 미처 내보내지 못해 전과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면서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씨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내부에서도 박씨와 같이 경미한 사건(청소년출입제한위반 등)으로 입건된 대학생·취업 준비생들이 취업 제한 등 과도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12일 광산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찜질방(공중위생법)·노래방(청소년보호법)·PC방(게임산업법)에서 심야시간대 청소년을 출입시킨 혐의로 18명을 입건했다. 이 중 7명은 증거불충분, 9명은 기소유예 처분, 2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5년 동안 수사경력이 남아 취업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씨 사례와 같은 경우에 한해 즉결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 벌금·과료에 처해지는 경미한 형사사건에 대해 경찰서장의 서면청구가 있을 경우 순회판사가 즉시 심판하는 절차다. 도로교통법 위반 등이 주로 즉결심판에 회부되고 있다. 즉결심판으로 과태료 이하의 처분을 받으면 수사경력에 남지 않고 경찰서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한희주 광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청소년출입제한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피의자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이거나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므로, 즉결심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라며 “경찰청에도 이 같은 제도 개선 내용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