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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2019년 06월 11일(화) 04:50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최근 국립 5·18 민주묘지에 안장됐다. 5·18 유공자인 김 전 의원은 지난 4월 20일 71세를 일기로 별세했지만, 과거 ‘나라종금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 때문에 국립묘지에 곧바로 안장되지 못한 채 5·18 구묘역으로 불리는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임시로 안장됐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23일 5·18 민주묘지안장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전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을 승인했다.

돌이켜 보면 그의 정치 역정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핍박을 받았던 그는 특히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공안 당국으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때 생긴 목 디스크와 파킨슨병으로 여생을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육체적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다. 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대통령의 장남’이라는 후광은 그에게 오히려 극복하기 힘든 정치적 굴레이기도 했다.

아버지 DJ에게 그는 유독 ‘아픈 손가락’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전 의원이 자신 탓에 고문을 받아 병을 얻었다며 뼛속까지 아파했다. DJ는 과거 동교동 자택으로 귀가하다가도 병석에 있는 아들이 걱정돼 서교동 김 전 의원 자택으로 발길을 돌린 적이 많았다고 한다. 이희호 여사는 자서전에서 “김 전 의원이 아버지의 혐의를 허위로 자백하지 않기 위해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깊은 한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 전 의원의 5·18 민주묘역 안장과 관련, 편히 쉴 곳에 묻혔다는 반응이다. 5·18 유공자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고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등 그의 정치적 근간이 광주 정신에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0년 전 세상을 떠나면서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말을 남겼다.

냉혹한 군부독재의 핍박과 고문에 맞선 부자의 투쟁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앞당기고 발전시켰다는 평가다. 이제라도 하늘나라에서 만난 부자가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이승에서 다하지 못했던 깊은 정을 나누길 기원해 본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