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세대(世代)
2019년 06월 10일(월) 04:50
“가까운 미래에 계급 전쟁은 빈자와 부자의 대결이 아니라 젊은이와 노인의 싸움으로 다시금 정의될 것이다.” MIT 대학의 레스터 서로 교수(경제학) 가 1996년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꼭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작금의 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실시한 ‘사회 통합 실태 및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62%가 “10년 후 고령자와 젊은이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도 저서 ‘세대 게임’을 통해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세대에 주목하도록 판을 짜 전략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활동을 ‘세대 게임’이라 정의한다. 여기에는 ‘세대 당사자’와 게임을 고안하고 독려하는 ‘세대 플레이어’로 나뉜다. 전 교수는 후자인 세대 플레이어에 주목하는데, 이들은 사회 현안을 세대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부호화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집단이다.

최근 정부가 65세 정년 연장 논의를 언급한 가운데 세대 간 일자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고령화 추세에 비춰 보면 65세 정년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정년 연장이 젊은 층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시각과 청년과 노인은 업종과 직종이 달라 대체 관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선다.

문제는 정년 카드를 세대 간 전쟁으로만 보는 프레임이다. 세대 담론의 남용은 ‘세대 게임’이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다. 특정 사안을 세대 간 다툼으로 보는 것은 이득을 취하는 세대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자본과 기업 외에도 이에 기생하는 정치권력, 계급 같은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정년 연장이 내년 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층이 많은 586세대(50대·80년대학번·60년대생)를 의식한 전략이라는 설도 있다.

철학자 시몬느 드 보봐르는 “여성은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빗대면 ‘세대 또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일 터다. 세대는 연령으로만 구분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인을 담고 있다. 나이를 두고 편 가르기가 일상화된 시대, 세대에 대한 보다 면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