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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2019년 06월 06일(목) 04:50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영화 ‘기생충’은 사회적 양극화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 냈다는 평이다. 천민자본주의가 빚어낸 사회적 비극을 담은 시대극이라는 시선도 있다. 봉 감독은 사회적 부조리를 날카로운 눈길과 풍자로 풀어냈는데 대중성과 비극적 상상력 등이 맞물리면서 영화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황금종려상의 후광에 힘입어 기생충의 국내 흥행 돌풍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4일 누적 관객 수 374만9373명을 기록했다. 개봉 5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른 시간 내에 천만 명 돌파도 가능할 것 같다.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도 ‘기생충’ 바람에 편승하고 있다. 민주당은 봉 감독이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그만큼 자유로운 제작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는데 ‘자화자찬’이라는 빈축을 샀다. 평화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화 정책이 오늘날 국내 영화계의 번영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정점은 역시 자유한국당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이를 진실로 느끼게 되는 역할을 맡았다. 이로 인해 ‘리플리 증후군’이란 용어가 생기게 됐다”며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은 배우 알랭 들롱을 거론한 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계속 거짓말을 하는 문재인 정부를 떠올리게 했다”라고 주장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에는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라는 노골적인 메시지가 보인다. 하지만 이는 쉽게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의 희비극을 표현한 이중적 메타포로 읽힌다. 민생을 경쟁적으로 앞세우면서도 오히려 정쟁으로 이를 외면하게 되는 정치권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정치권이 영화 ‘기생충’의 단체 관람에 나선다고 한다. 제발 덕분에 최소한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라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