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한빛원전 1호기가 가동 된 이래 원자력안전위(이하 원안위)의 ‘발전소 사용정지 명령’(1호기에 한해)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없는 운전원의 제어봉 조작 사실과, 원자로를 즉각 가동 중지해야 하는 사태(출력 제한치 초과)가 빚어졌는데도 12시간이나 지나 뒤늦게 한빛 1호기를 세웠다는 점 등이 원자력안전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 사용정지 명령과 함께 원안위는 수사관을 보내 특별 수사에도 착수했다.
민간 원전 전문가 사이에서는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원안위 조치에도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시 가동을 중단해야 할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12시간이나 조치가 늦어졌고, 무려 10일이나 지난 이날 발표된 후속조치에서도 ‘12시간 지연 중단’이라는 미스테리가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전 민간 전문가들은 “저출력 상태에서의 원전 정지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출력 상태에서의 수동정지 왜 위험한가=한빛원전은 지난 9일 6개월간의 정기 점검을 마치고 원안위 승인 아래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원자로가 임계(정상출력에 도달하기 위해 핵연료의 핵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것)에 도달한 것은 9일 오후 7시30분께였다. 그런데, 임계 도달 후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갑자기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원자로 내에 삽입·인출돼 원자로의 출력을 조절하거나 정지시키는 장치인 제어봉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매뉴얼(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출력이 제한치인 5%를 밑돌아야 하는데, 10일 오전 10시30분께 출력이 갑자기 18%까지 급상승한 것이다. 원전 측은 자체 조사와 원안위 지시를 받고 10일 밤 10시께 한빛 1호기 가동을 수동 정지 시켰다.
이를 두고 원전 민간 전문가인 한병섭 박사(원자력공학)는 “정지 자체는 안전을 위한 행위이므로 문제가 없으나 원자로 특성상 저출력 상태에서 원자로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제어하기 힘들다”며 저출력 상태에서의 원전 정지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100% 정상 출력보다 저출력 상태에서의 위험성이 크다는 ‘원자력공학의 특수성’에 따른 것으로, 원전 업계에서는 상식이라는 것이다.
한 박사는 이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정지 저출력 시험 조건에서 대규모 원자로 폭발로 이어진 반면, TMI(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는 가동 중 발생한 것으로서 ‘핵연료 일부가 녹는’ 상대적으로 작은 사고로 이어진 것을 보면 (위험성의 차이가) 확인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계공학 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원자력 업계의 다른 전문가도 “출력 5%를 초과하면 바로 정지해야 한다. 체르노빌과 같이 출력이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인데 18%까지 증가했다. 다행스럽게도 출력이 안정화되었지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면 아주 심각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원안위, 12시간 동안 대체 뭘했나”=원안위와 한수원은 10일 밤과 11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한빛 1호기 열출력이 제한치를 순간적으로 초과해 수동정지 시켰다”고 설명했으나,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제어봉 이상 징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언론 취재를 통해 “제어봉에서 문제가 생겼다”<광주일보 2019년 5월 13일자 7면>는 점이 드러났고, 사건 발생 10일이 지난 20일 원안위는 다시 한 번 보도자료를 내놨다. ‘원자로조종사 면허 비보유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했다. 즉각 정지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사실상 12시간이나 지연된 10일 밤 10시에 원전을 수동정지했다’는 취지의 자료였다.
원안위는 그러면서 “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했는데, 그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면허 있는 자가 원자로(제어봉 포함)를 운전해야 하지만, 원자로조종사 감독 면허자의 감독 아래선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직원도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감독면허가 있는 감독자와 무자격 운전자의 진술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발생한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의 경우 감독자는 “면허가 없는 직원 A씨에게 제어봉 조작 등 원자로 조종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A씨는 “감독자 지시 아래 원자로를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감독자와 A씨가 입을 맞추면 관련법 위반이 아닌데도 한 명은 지시한 적 없다, 다른 한 명은 지시받고 운전했다고 원안위에 진술, 결국 수사를 받는 상황을 감독자와 무자격자 A씨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설명한 그대로다. 감독자와 운전을 실제 한 직원 A씨 주장이 황당하지만 엇갈리고 있다. 그래서 수사에 착수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뉴얼에 따라 즉각 정지해야 하는 원자로를 12시간이나 운전 모드에 두고 뒤늦게 정지시킨 것과 관련해 복수의 원전업계 관계자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한수원이 회의를 통해 이날 밤 원전을 수동정지하려했으나, 원안위 측이 발표 시점과 맞추기 위해 고의로 1시간 이상 수동정지 시점을 늦췄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원안위 관계자는 “수동정지 시점을 고의로 늦춘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다.
조치 지연 의혹과 별개로, 원자력업계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즉각정지 사유인 열출력 급상승 시점이 10일 오전 10시30분인데, 한빛 1호기가 같은 날 밤 10시에서야 정지된 것과 관련해 “사업자인 한수원 뿐 아니라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무려 12시간이나 넋을 놓고 있어 가능한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없는 운전원의 제어봉 조작 사실과, 원자로를 즉각 가동 중지해야 하는 사태(출력 제한치 초과)가 빚어졌는데도 12시간이나 지나 뒤늦게 한빛 1호기를 세웠다는 점 등이 원자력안전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 사용정지 명령과 함께 원안위는 수사관을 보내 특별 수사에도 착수했다.
◇저출력 상태에서의 수동정지 왜 위험한가=한빛원전은 지난 9일 6개월간의 정기 점검을 마치고 원안위 승인 아래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원자로가 임계(정상출력에 도달하기 위해 핵연료의 핵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것)에 도달한 것은 9일 오후 7시30분께였다. 그런데, 임계 도달 후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갑자기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원자로 내에 삽입·인출돼 원자로의 출력을 조절하거나 정지시키는 장치인 제어봉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를 두고 원전 민간 전문가인 한병섭 박사(원자력공학)는 “정지 자체는 안전을 위한 행위이므로 문제가 없으나 원자로 특성상 저출력 상태에서 원자로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제어하기 힘들다”며 저출력 상태에서의 원전 정지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100% 정상 출력보다 저출력 상태에서의 위험성이 크다는 ‘원자력공학의 특수성’에 따른 것으로, 원전 업계에서는 상식이라는 것이다.
한 박사는 이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정지 저출력 시험 조건에서 대규모 원자로 폭발로 이어진 반면, TMI(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는 가동 중 발생한 것으로서 ‘핵연료 일부가 녹는’ 상대적으로 작은 사고로 이어진 것을 보면 (위험성의 차이가) 확인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계공학 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원자력 업계의 다른 전문가도 “출력 5%를 초과하면 바로 정지해야 한다. 체르노빌과 같이 출력이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인데 18%까지 증가했다. 다행스럽게도 출력이 안정화되었지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면 아주 심각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원안위, 12시간 동안 대체 뭘했나”=원안위와 한수원은 10일 밤과 11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한빛 1호기 열출력이 제한치를 순간적으로 초과해 수동정지 시켰다”고 설명했으나,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제어봉 이상 징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언론 취재를 통해 “제어봉에서 문제가 생겼다”<광주일보 2019년 5월 13일자 7면>는 점이 드러났고, 사건 발생 10일이 지난 20일 원안위는 다시 한 번 보도자료를 내놨다. ‘원자로조종사 면허 비보유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했다. 즉각 정지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사실상 12시간이나 지연된 10일 밤 10시에 원전을 수동정지했다’는 취지의 자료였다.
원안위는 그러면서 “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했는데, 그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면허 있는 자가 원자로(제어봉 포함)를 운전해야 하지만, 원자로조종사 감독 면허자의 감독 아래선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직원도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감독면허가 있는 감독자와 무자격 운전자의 진술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발생한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의 경우 감독자는 “면허가 없는 직원 A씨에게 제어봉 조작 등 원자로 조종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A씨는 “감독자 지시 아래 원자로를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감독자와 A씨가 입을 맞추면 관련법 위반이 아닌데도 한 명은 지시한 적 없다, 다른 한 명은 지시받고 운전했다고 원안위에 진술, 결국 수사를 받는 상황을 감독자와 무자격자 A씨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설명한 그대로다. 감독자와 운전을 실제 한 직원 A씨 주장이 황당하지만 엇갈리고 있다. 그래서 수사에 착수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뉴얼에 따라 즉각 정지해야 하는 원자로를 12시간이나 운전 모드에 두고 뒤늦게 정지시킨 것과 관련해 복수의 원전업계 관계자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한수원이 회의를 통해 이날 밤 원전을 수동정지하려했으나, 원안위 측이 발표 시점과 맞추기 위해 고의로 1시간 이상 수동정지 시점을 늦췄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원안위 관계자는 “수동정지 시점을 고의로 늦춘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다.
조치 지연 의혹과 별개로, 원자력업계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즉각정지 사유인 열출력 급상승 시점이 10일 오전 10시30분인데, 한빛 1호기가 같은 날 밤 10시에서야 정지된 것과 관련해 “사업자인 한수원 뿐 아니라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무려 12시간이나 넋을 놓고 있어 가능한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