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문빠’ ‘달창’이라 지칭했다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문빠는 문 대통령을 뜻하는 ‘문’과 열렬한 지지자를 뜻하는 ‘빠’를 합친 말이다. 달창은 ‘달빛 창녀단’의 준말이다. 극우 네티즌들이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달빛 기사단’을 속되게 부르는 은어로 여성 비하의 의미도 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후 입장문을 내고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 논란을 일으켜 사과드린다.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유래를 모르고 썼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는 “모르고 썼다면 분별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체한 것이라면 교활하기 그지없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언어를 신중하게 다뤄야 하지만 나 대표의 해명도 일정 부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 ‘문빠’는 과거 ‘노빠’(노무현 전 대통령 열렬 지지층)의 영향으로 정치권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지만 ‘달창’이라는 단어는 인터넷 은어로서 대중적 인지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신조어는 인터넷 시대에 맞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축약’이라는 효율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쌩얼’(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 ‘완소’(아주 소중한)’, ‘훈남’(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남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혐오’를 부추기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불특정 다수를 넘어 특정 계층과 세대,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로 분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퀴’(외국인+바퀴벌레), ‘틀딱’(큰소리 치는 노인), ‘김치녀’(물질적인 것을 밝히는 여자)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신조어를 남발한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비유한 ‘문슬람’, 나경원 원내대표와 아베 일본 총리를 합친 ‘나베’ 등이 거론된다. 정치적 성향을 좀비에 빗댄 ‘좌좀’과 ‘우좀’도 인터넷상에서 자주 쓰이는 신조어다.

신조어는 그 시대의 자화상이다. 사회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인터넷과 SNS에 혐오적 표현의 삭제 의무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