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조근호 작가는 오랫동안 도시 풍경을 화폭에 담아왔다. 사실적이고 세세한 묘사 대신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단순화한 면과 선으로 포착한 그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 하나의 화면 속에 상반된 이미지를 담아내는 그림은 보는 이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가 포착한 도시는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로 이루어진 공간이지만 유화 물감의 따뜻한 색감과 구성으로 차가움 대신, 따뜻한 온기와 생명력이 담고 있다.

조근호 작가의 21번째 개인전이 24일부터 오는 5월 4일까지 ‘예술 공간 집’(전남여고 앞)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도시의 窓 - Window of the city’다. 작가는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통로인 ‘창(窓)’을 통해 서로 다른 두 공간의 상황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제안한다. 서로 대비되면서도 어울리는 이원적 풍경은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미니멀하게 표현한 창의 안과 밖 장면들은 삶의 내밀한 감정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는 옛 선조들이 작은 집에 살면서도 집을 둘러싼 산과 들을 ‘창’을 통해 자신의 정원으로 끌어들여 만들어 낸 미의식을 떠올리며, 구석구석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도 화폭에 담았다.‘도시의 창-보림사의 석양’은 붉은 색조를 바탕으로 해 지는 산사의 풍경과 불상, 인물을 조화롭게 배치해 눈길을 끌며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달을 비롯해 커피잔, 탁자 고양이, 여인, 화초 등은 화면에 포인트를 주며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조 작가는 “삭막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각기 다른 삶의 언어들을 작품 속에 표현하려 했다”며 “이번 전시작은 줌인, 줌 아웃으로 화면을 가까이 당겼다 멀리 밀었다 하며 마치 사진을 찍듯이 우리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본 작품”이라고 말한다.

조선대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조 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과 파리 시데데자르가 공동기획한 ‘바람이 분다’전 등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했다. 광주미협 부지회장, 한국미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선과색,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회 회원이다.

오프닝 24일 오후 3시~7시. 문의 062-233-3342.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