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충(楊國忠, ?∼756)은 당 현종때 재상으로 양귀비의 친척오빠다. 인사전횡과 부정부패로 안록산의 난이 발생하는데 일조했다. 현종을 수행해 사천으로 피난 중 마외역에서 살해되었다.

본명은 소로 양귀비의 먼 사촌오빠다. 측천황제 말년 총애를 받은 장역지, 장창종이 그의 모친의 형제라는 일설이 있다. 젊은 시절 학문을 멀리하고 술과 도박으로 세월을 보냈다. 일족으로부터 왕따가 되자 분발해 사천지방 신도현의 현위가 되었다. 임기를 마치고 귀향해 양귀비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결국 둘째 언니 괵국부인과 깊은 관계가 되었다. 총애하던 무혜비가 죽자 현종은 고력사의 천거로 양귀비를 후궁으로 맞이했다. 그녀가 현종의 후궁이 되자 많은 관리들이 그에게 접근했다. 향리의 부호 선우중통과 막역한 검남절도사 장구겸경은 그를 막료로 기용했다. 양씨 집안의 도움으로 금오병조참군의 벼슬을 얻어 정계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일찍부터 이재(理財)에 뛰어났다. 특히 복잡한 각종 회계 숫자를 다루는데 탁월했다. 도박을 잘해 간혹 현종의 오락상대가 되었지만 결정적 신임을 얻게 된 배경은 뛰어난 재무능력이었다. 재정을 총괄하는 왕홍의 참모가 되었다. 황제는 그를 뛰어난 재무관료라는 뜻의 호탁지랑(好度之郞)으로 부르며 신임했다. 그에게 국충이라는 이름도 하사했다. “정부 창고의 충실함이 고금에 비할 때가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당 재정 재건의 일등공신이었다. 현종의 측근 환관 고력사조차 양씨 일족은 특별 대우했다. 양귀비가 행차하면 말 재갈을 잡고 공손하게 채찍을 들었다고 한다. 인사를 총괄하는 이부상서가 되어 관리들을 쥐락펴락했다.

734년부터 재상직에 있던 이임보의 권세도 끝나갔다. 750년 비리를 고발하는 각종 상소가 황제에게 올라갔다. 그는 이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둘 사이의 권력투쟁도 심해졌다. 어사대부, 검남절도사, 경조윤 등 여러 요직을 겸직했다. 과거 왕홍의 권세가 모두 그에게 돌아갔다. 752년 병상의 이임보를 문병갔다. 이임보는 “나는 죽을 것이고 공은 반드시 재상이 될 것이니, 이후의 일로 공에게 누를 끼치오.”라며 집안의 장래를 부탁했다. 그러나 사후 관작은 삭탈되고 시신은 부관침시 되었으며 가족들은 귀양 보내졌다. 양국충의 재상 시대가 열렸다. 그는 사람됨이 억지 말을 하며 가볍게 행동하고 위엄과 위의가 없었다. 공경 이하를 턱으로 지시하고 기세를 부려 떨면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시어사부터 재상까지 무려 40개의 직위를 관장하였다.

평로, 하동, 범양절도사를 겸한 안록산이 최대 정적이었다. 3개의 절도사를 겸해 당 군사력의 3분의 1을 장악하게 되었다. 안록산은 교활한 이임보를 크게 두려워해 충성심을 보였지만 양국충은 하찮게 여겼다. 이로 인해 사이가 틀어졌다. 그는 여러 번 안록산의 반란 의도를 황제에게 주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임보 사후 재상을 노린 안록산에게도 양국충은 타도의 대상이었다. 안록산과 견원지간인 농우절도사 가서한과 손잡고 안록산을 제거하려했다. 가서한을 하서절도사를 겸임토록 하고 서평군왕에 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록산의 허물을 고발토록 하고 장안의 안록산 저택을 포위해 그 일당을 체포해 죽였으며 안록산의 측근 길온을 예주자사로 좌천시켰다.

조정의 옥죄임이 심해지자 결국 755년 거병했다. 낙양을 무너뜨리고 장안 외곽의 동관을 돌파해 수도를 공포에 빠뜨렸다. 결국 사천으로 피난키로 결정하고 장안 외곽의 마외역으로 가는 중 비극이 발생했다. 티베트 사신을 접대중인 양국충이 티베트와 공모한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깜짝 놀라 급히 달아나려 했지만 쫓아온 병사들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했다. 피로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은 그의 머리를 잘라 창끝에 매달았다. 부인과 아들 양훤, 양귀비의 언니들도 살해당했다. 사실은 황태자와 용무대장군 진현례가 꾸민 쿠데타의 일환이었다. 그가 장안에 들어온지 12년만에 전 가족이 몰살당하게 된 것이다. 양귀비 역시 고력사에 의해 불당에 목매 죽음으로써 양씨 천하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