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0 아니면 0대8일겁니다.” 제20대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둔 2016년 3월 중순께, 광주에서 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단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만나 총선 결과를 예측하던 중 돌출한 발언이다.
광주 국회의원 의석수가 8석이라는 점에서, ‘8대0’이라는 결과는 당시 광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민주당과 국민의당 양당 가운데 어느 한쪽이 싹쓸이를 한다는 의미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의당이 인기몰이를 하곤 있지만 그래도 민주당이 2∼3석은 지킬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았던 만큼 모두가 발언자인 A의원의 얼굴을 쳐다봤다.
“광주는 동·서·남·북·광산구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 선거구다. 바람이 불면 모두가 같은 쪽으로 움직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광주 총선은 한쪽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모두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중론은 ‘민주당에 힘든 선거가 될 테지만 2∼3석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모아졌다. 하지만, 4월 13일 치러진 총선 결과는 그 의원 말대로 국민의당 8, 민주당 0이었다. 전남에서도 전체 10석 가운데 8석을 국민의당이 가져갔고, 민주당은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녹색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이 광주·전남 지역 18개 의석 중 16개를 휩쓴 4·13총선 결과는 ‘호남의 맹주’를 자처해 온 민주당에 크나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물론 민주당은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선전하면서 전국 제1당으로 올라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본산이자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호남 양당체제 효과 ‘반짝’
호남사람들의 ‘전략적인’ 투표는 1996년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전국적으로 3당 체제를 정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호남에선 실질적인 양당 체제가 구축됐다. 호남 텃밭을 지키려는 국민의당과 호남 맹주 자리를 되찾으려는 민주당의 치열한 경쟁은 새 정부 들어 호남 인사 중용과 호남 예산 증액이라는 뚜렷한 성과로 돌아왔다.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Casting voter)라는 위치를 적극 활용, 정부를 압박해 각종 정책과 예산 지원을 이끌어 냈다. 민주당도 여당으로서의 권한과 지위를 앞세워 정부 요직에 호남 인사를 기용하고 각종 정책과 예산에 호남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왔다. 호남만을 놓고 보자면, 본격적인 양당체제가 구축됨으로써 호남의 이해관계를 더욱 강력하게 관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과거 특정 정당이 호남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각종 선거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공천=당선’이라는 낡은 공식이 이제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를 꽃아 놔도) 당선이 보장됐다는 점에서 호남에서 치러지는 각종 선거는 후보자들이 지역 민심보다는 당의 눈치를 중시해야 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치열한 후보 경선전이 마무리되면 본선거 때까지는 오히려 맥 빠지는 선거전이 진행되어 왔던 것이 그동안 호남 선거의 뒷모습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역민들은 호남에서의 양당 체제가 들어선 이번에야말로 각 당이 최선의 후보를 지역민에게 선보이고, 각 후보들이 민심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예상했다.
하지만 6·13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그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호남 의석을 석권한 국민의당이 극심한 내분으로 흔들리고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당선’이라는 진부한 공식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낼 공산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막대기 선거’ 되나
실제로 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둔 지금, 민주당에선 후보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국민의당에선 출사표를 내미는 이를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지역민으로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후보를 만나 볼 기회를 제한받게 되는 셈이다.
정치는 국민이 살아가야 할 미래 사회의 모습과 시스템을 규정하고, 정치인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반영·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민이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최선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하루빨리 국민의당 혼란이 정리되고 각 정당 후보들이 경쟁다운 경쟁을 펼쳐 지역민들이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되길 기대한다.
광주 국회의원 의석수가 8석이라는 점에서, ‘8대0’이라는 결과는 당시 광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민주당과 국민의당 양당 가운데 어느 한쪽이 싹쓸이를 한다는 의미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의당이 인기몰이를 하곤 있지만 그래도 민주당이 2∼3석은 지킬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았던 만큼 모두가 발언자인 A의원의 얼굴을 쳐다봤다.
모두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중론은 ‘민주당에 힘든 선거가 될 테지만 2∼3석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모아졌다. 하지만, 4월 13일 치러진 총선 결과는 그 의원 말대로 국민의당 8, 민주당 0이었다. 전남에서도 전체 10석 가운데 8석을 국민의당이 가져갔고, 민주당은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녹색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이 광주·전남 지역 18개 의석 중 16개를 휩쓴 4·13총선 결과는 ‘호남의 맹주’를 자처해 온 민주당에 크나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물론 민주당은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선전하면서 전국 제1당으로 올라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본산이자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호남 양당체제 효과 ‘반짝’
호남사람들의 ‘전략적인’ 투표는 1996년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전국적으로 3당 체제를 정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호남에선 실질적인 양당 체제가 구축됐다. 호남 텃밭을 지키려는 국민의당과 호남 맹주 자리를 되찾으려는 민주당의 치열한 경쟁은 새 정부 들어 호남 인사 중용과 호남 예산 증액이라는 뚜렷한 성과로 돌아왔다.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Casting voter)라는 위치를 적극 활용, 정부를 압박해 각종 정책과 예산 지원을 이끌어 냈다. 민주당도 여당으로서의 권한과 지위를 앞세워 정부 요직에 호남 인사를 기용하고 각종 정책과 예산에 호남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왔다. 호남만을 놓고 보자면, 본격적인 양당체제가 구축됨으로써 호남의 이해관계를 더욱 강력하게 관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과거 특정 정당이 호남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각종 선거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공천=당선’이라는 낡은 공식이 이제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를 꽃아 놔도) 당선이 보장됐다는 점에서 호남에서 치러지는 각종 선거는 후보자들이 지역 민심보다는 당의 눈치를 중시해야 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치열한 후보 경선전이 마무리되면 본선거 때까지는 오히려 맥 빠지는 선거전이 진행되어 왔던 것이 그동안 호남 선거의 뒷모습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역민들은 호남에서의 양당 체제가 들어선 이번에야말로 각 당이 최선의 후보를 지역민에게 선보이고, 각 후보들이 민심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예상했다.
하지만 6·13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그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호남 의석을 석권한 국민의당이 극심한 내분으로 흔들리고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당선’이라는 진부한 공식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낼 공산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막대기 선거’ 되나
실제로 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둔 지금, 민주당에선 후보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국민의당에선 출사표를 내미는 이를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지역민으로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후보를 만나 볼 기회를 제한받게 되는 셈이다.
정치는 국민이 살아가야 할 미래 사회의 모습과 시스템을 규정하고, 정치인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반영·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민이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최선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하루빨리 국민의당 혼란이 정리되고 각 정당 후보들이 경쟁다운 경쟁을 펼쳐 지역민들이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