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공장 신설을 놓고 전남 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소송전에 휘말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례 등을 감안해 허가 규정을 명확하게 마련,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데 따른 행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보성군에 따르면 레미콘 업체 A사는 보성군 벌교읍 영등리 산 284번지 일대에 레미콘 공장 신설 승인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최근 광주지방법원에 ‘중소기업 창업사업계획 승인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보성군은 앞서, A사 공장 예정부지의 경우 국제람사르협약에 따른 습지 보호구역인 벌교갯벌과 인접, 해당 지역 내 레미콘 공장 건립으로 인한 습지 파괴 및 레미콘 대형차량 이동에 따른 교통사고 위험, 분진·소음, 농·수·축산농가 피해 등을 우려해 승인을 불허했다. 주민들도 청정 자연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게 군 설명이다.

A사는 그러나 해당 부지 인근에 레미콘 공장 건립을 승인한 전례가 있다는 점과 습지 파괴나 소음, 사고 등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2차례의 행정심판을 거쳐 소송전으로 끌고갔다.

보성 뿐 아니라 장성과 고흥도 레미콘 공장 건립을 둘러싼 업체와의 소송전을 진행중이다. 장성군 황룡면 B업체는 이미 건립된 시멘트 공장 내 레미콘 추가 건립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장성은 이미 두 차례의 관련 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점을 감안, 현재 진행중인 소송도 낙관하고 있다.

고흥군도 레미콘 공장 건립을 불허했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으로 이어지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고흥군 C업체는 포두면 옥강리 폐교 부지를 매입, 레미콘 공장 건립 승인을 냈다가 거부당한데 불복, 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고흥군은 비슷한 재판을 벌이던 경기 시흥시의 대법원 승소 판결을 전례로 삼아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치단체 안팎에서는 비슷한 소송이 이어지면서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성군 관계자는 “주민 입장, 환경, 교통사고 위험 등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허가를 결정했다”면서 “효과적으로 대응, 행정 처분의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성=김용백기자 ky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