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爾朱榮, 493-530)은 북위 왕조 말기의 장수로 산서성 북수용천 출신이며 자는 천보다. 북위를 사실상 붕괴시킨 6진의 난을 진압하고 북위 말기 정권을 좌지우지했다.

강력한 한화정책을 편 효문제의 낙양 천도(493) 이후 뒤를 이은 선무제와 효명제(재위 515-528) 치세 동안 북위 정권은 번영을 구가했다. 낙양을 비롯한 각지에 수천여개의 사찰이 세워졌다. 선문제가 세운 낙양의 영명사에는 서역 제국에서 온 승려가 3천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북위 귀족체제는 변경에 배치된 군사력에 바탕을 두었다. 그러나 한화정책과 문치주의 노선이 강화됨에 따라 변방 군대에 대한 무시나 차별이 심해졌다. 250년전 북위 정권을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군인 세력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북위의 하북지배는 요소요소에 배치된 진(鎭)의 군대로 지탱되었다. 특히 북쪽 변경에 배치된 북진(北鎭)의 불만이 누적되었다. 523년 북위 제국의 붕괴를 부른 6진의 반란이 발생했다. 옥야·회삭·무천·무명·유현·회황의 6개 진이 바로 그것이다.

이주영은 북수용천에 거주한 흉노족 계호부락의 수령이다. 효명제 연간에 각지에서 난이 일어나자 각 종족의 반란을 진압하고 후경, 고환 등의 무장을 휘하에 받아들였다. 이주씨는 산서성 북부에서 수만마리의 말을 사육하고 있었다. 낙양 천도 후 귀족문화에 물들은 중앙 귀족과는 달리 난폭하고 호전적인 기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소수 민족의 수령으로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523년 회황에서 시작된 변경의 난은 반년사이에 하북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흉노출신 한발릉은 옥야진에서 봉기해 反북위의 기치를 높이 세웠다. 연호를 진왕으로 고치고 20만명에 달하는 반란군을 지휘했다. 황하를 건너 낙양으로 진군했다. 그러나 전열을 정비한 중앙군의 계략에 말려들고 부장인 마열하가 변절함에 따라 불의의 기습을 당해 완패하고 말았다. 북위 조정은 포로로 잡은 20여만 군인들을 하북의 여러 지역에 분산시키도록 하였다. 그러나 새로이 정착한 지역에서 식량이 부족해 아사자가 속출하고 탄압이 심해지자 재차 봉기하였다. 봉기군의 수령으로 추대된 갈영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였다. 상곡에서 봉기했던 유현 진민 두락주 세력을 병합해 기주, 온주 등 사실상 하북성 전역을 병탄했다. 가칭 백만대군을 규합해 수도 낙양으로 진군했다.

진압군은 이주영이 이끌었다. 그는 일차 변경의 난을 진압한 공으로 도독환삭토로제군을 거쳐 박릉군공에 봉해졌다. 528년 현재의 태원에 해당하는 진양에서 수도 낙양으로 들어왔다. 당시 조정은 효명제 세력과 모친인 호태후 세력이 크게 대립한 상태였다. 호태후는 자신이 낳은 효명제를 독살하고 3세의 유아 원치를 내세웠다. 이주영은 낙양으로 진군해 한음에서 호태후와 원치를 죽이고 조정 신하 2천여명을 주살했다. 이어 효장제를 새로이 옹립했다. 정권의 실력자가 된 이주영은 갈영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출병했다. 7만여명의 날쌘 기병을 이끌고 하북의 업성을 공격하고 있는 갈영의 배후를 기습했다. 계속되는 승전에 자만심에 빠진 갈영은 진압군의 세력을 가볍게 여겼다. “이주영 같은 장군은 하나도 두려워 할 것이 없다. 너희들은 긴 밧줄을 마련했다가 그가 오면 함께 가서 묶기만 하면 된다”고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갈영의 군대가 분산되어 있음을 알아채고 주력부대를 산골짜기에 매복시킨 다음 싸움을 유인했다. 이주영의 꾐에 빠진 갈영군은 대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갈영은 체포된 후 낙양에 압송되어 처형됐다. 538년 사실상 6진의 난은 진압되었다. 대장군의 지위에 올라 진양에 군대를 주둔시킨채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친당을 세워 황제의 동정을 감시하고 사소한 정사까지 일일이 간섭했다.

이주영의 외압을 달가워하지 않던 효장제는 성양왕 원휘와 모의해 입궐한 그를 살해했다. 그의 부하인 분주자사 이주조는 살해 소식을 듣자 군대를 이끌고 황화를 건너 궁에 들어가 황제를 목 졸라 죽였다. 이주영 사후 북위는 동위와 서위로 분열해 사실상 제국 붕괴의 길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