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명교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어부촌 횟집’. 명교 해안 백사정(白沙汀)의 유려한 곡선미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충무공의 일기에서 “새벽 보성읍성에서 길을 떠나 말을 잠시 쉬게 하고 120명 군사를 점검했다”는 곳이 이곳 명교 백사정이다.

‘집 나간 며느리’는 아니지만 고소한 냄새가 이끄는 주방으로 들어가 봤다. 아니나 다를까 살이 오른 두툼한 전어가 화로에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탁탁’ 화로 위 전어에 뿌린 소금 튀는 소리가 가을 끝자락에 다다랐음을 알린다. 소금 간이 잘 베도록 칼집을 낸 살 사이로 생선 기름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예로부터 청정 득량만에서 잡히는 가을전어는 “참깨가 서 말이나 들어 있어 돈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3년 된 전어는 구이로, 1년 된 것은 회로 먹는다.

어부촌 횟집 대표 장계성(56)씨는 이곳 토박이로 1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장씨의 2t짜리 배는 매일 새벽 3시 30분 명교마을 앞바다로 고기잡이를 나선다. “명교 해안은 ‘뻘’이 좋아 전어 살이 무르지 않고 쫄깃쫄깃하다”고 장씨가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날은 장씨의 아내 방승희(여·50)씨는 전어회, 회무침, 구이 등 전어요리 ‘3총사’로 한 상 가득 내왔다. 깨를 살포시 뿌린 전어회가 맨 처음 상을 장식했다. 수조에서 전어를 막 꺼내 팔딱거리는 전어를 손질하는 방씨의 손길이 거침없다.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쪽 뺀 전어 살엔 야들야들 생기가 돈다.

전어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양념의 강한 맛에 전어의 담백한 맛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전어회는 양념장 없이 먹는 방법이 정석이지만 쌈으로 먹는다면 된장에 찍어 먹어야 전어의 풍미를 살릴 수 있다.

젓가락질 몇 번에 수북했던 전어 회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전어의 고소함에 취해 있을 때쯤 전어 내장으로 담근 ‘돈베젓’이 입안을 깨운다.

새콤한 회무침 양념의 핵심은 매실 진액과 막걸리 식초에 있다. 막걸리를 유리병에 담고 소나무 가지로 병을 막아 따뜻한 곳에서 1주일 이상 숙성시켜 나오는 맑은 물이 막걸리 식초다. 위층에 고인 맑은 물을 따라 내고 다시 막걸리를 부어 발효시키기를 반복하면 매번 천연 발효 식초를 만들 수 있다. 밥을 고봉으로 퍼 담은 사발에 회 무침을 넣고 참기름과 김가루를 솔솔 뿌려 비벼먹어 봤다. 깻잎의 싸한 향과 상추, 당근, 양파 등 채소의 아삭함이 전어의 쫀득한 맛과 조화를 이룬다. 사발에 코를 박을 정도로 숟갈을 뜨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더 찾게 된다.

마지막으로 전어요리의 ‘진수’ 구이를 맛볼 차례다. 전어 머리는 다른 생선에 비해 씹히는 맛이 훨씬 고소하다. 그래서 방씨는 “전어구이는 꼬리부터 먹어야 제대로 맛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입 베어 먹자 육즙이 차지게 뿜어 나온다. 비린내는 온데간데없고 담백함만 남아 반찬으로 먹는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소금으로만 간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문의 061-851-1331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