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좋은 마을, 한적한 마을, 부지런한 마을, 풍족한 마을, 바다가 예쁜 마을, 맛있는 마을…. 깊어가는 어느 가을 오후 다녀온 명교마을에 대한 인상이다.
보성군 회천면에 자리잡은 명교마을은 관광지로 유명한 율포해변에서 가까운 곳이다. 차로는 3∼4분이면 족하고 걸어서도 20∼30분 거리다. 마을 앞에는 명교해수욕장이 있는데 아담한 솔밭이 참 예쁘다. 해안이 부드럽게 이어져 이곳에 산책로를 조성한다면 금상첨화겠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마을이 생긴지는 400년이 넘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천 이(李)씨 선조인 명교 할아버지가 이곳으로 와서 마을이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마을 어촌계장 이찬호(53)씨의 설명이다. 명교마을은 능주에 살던 인천이씨가 임진왜란으로 가족을 잃고 이 마을로 피난해 진주강(姜)씨의 딸을 맞이하여 정착한 후 형성된 마을이라고 전해온다. 마을 유래를 들려주는 이 계장 역시 인천 이씨다.
명교마을 앞 해변은 조선수군 재건에 나선 이순신 장군이 잠시 머물러 말을 쉬게 하고 군사들을 점검했다는 곳이다. 이곳의 백사정(白沙汀)은 예로부터 우물과 식수가 풍부하고 모래 해변이 없어 군대가 쉬어가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위치였을 것이다.
어촌계장이 집 뒤쪽에 솟아있는 언덕빼기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간다. “이순신 장군이 저기 똥뫼산에 잠시 앉아 쉬었다 가셨다고 합니다. 여수포구에서 회진포구로 이동하면서 지휘를 했던 자리이기도 하지요.” 똥뫼산에 올라 해변에서 쉬고 있는 군사들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을 장군의 고뇌가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듯 하다.
명교마을은 마을 가구의 대다수인 54가구가 어촌계를 이루고 있다. 마을앞 해변에 펼쳐진 양식장에는 바지락밭과 참꼬막, 새꼬막밭이 펼쳐져 있는데 어촌계에서 공동작업을 한다. 자연산 바지락 종표가 밀려오면 그 종표를 바지락 밭에 뿌려주고 3월 중순께 수확을 한다. 이때 채취한 바지락은 크기도 크고 알이 꽉 차 있어서 맛이 좋다.
봄과 가을 두차례 바지락 채취를 하는데 수확철에는 마을 방송을 통해 어촌계 50여가구가 모두 나와 공동으로 작업을 한다. 바지락 채취에 필요한 도구는 손과 호미뿐. 그래도 하루에만 1t 정도를 캐낸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작업을 하면 봄철 바지락 채취는 마무리된다. 수익은 역시 공동 배분한다.
“우리마을에서 캐는 바지락은 맛이 좋고 바지락에 금빛이 나서 금바지락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곳의 바지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에요. 모래와 자갈, 뻘밭이 섞여 있어 바지락이 잘 자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막 채취해서 해금을 하지 않고 먹어도 모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에요. 바지락을 캐면서 옆에 솥단지를 걸어놓고 삶아먹기도 하는데 지나가는 분들이 얻어먹고 가기도 하지요.”
솥밭이 예쁜 명교해수욕장에서는 여름 피서철 부녀회에서 바지락을 캐다가 피서객들에게 바지락 회무침이나 바지락죽, 바지락 전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어촌마을이지만 바지락과 꼬막작업을 하기 때문에 배를 가지고 바다로 나가는 주민은 없다. 배를 가지고 있는 어촌계원은 3가구 뿐이다. 이들은 물때에 맞춰 나가 전어나 대하를 잡아온다. 뻘밭에서 낙지를 잡기도 하는데 어촌계장은 마을내에서 ‘낙지 귀신’이라 불릴 만큼 낙지잡는 실력이 뛰어나다. 낙지를 잡아다가 그 자리에서 쭈욱 훑어 먹는 맛은 기가 막히다.
해변 위쪽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어촌마을 사람들의 또 다른 일터다. 대부분 쪽파와 감자 농사를 짓는데 쪽파를 심고 출하하고 쪽파가 끝나면 바로 감자 농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쉴 시간이 없다. 오토바이에 쪽파 종자를 가득 싣고 지나는 주민이 보여 물었더니 봄에 수확할 쪽파를 심으러 가는 길이다.
다시 바다로 향하던 어촌계장은 마을에 대해 총정리한다.
“우리 명교마을은 여름철 뿐만 아니라 사계절 찾아와도 아늑한 시골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400년 이상된 소나무가 있는 솔밭에 텐트를 치고 하루 저녁 묵고 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어요. 무엇보다 해돋이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명교 해수욕장입니다. 날씨 좋은날 일림산 너머로 내려앉는 일몰 모습은 기가 막힙니다. 올 겨울 명교마을을 찾아와도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이보람기자 boram@kwangju.co.kr
보성군 회천면에 자리잡은 명교마을은 관광지로 유명한 율포해변에서 가까운 곳이다. 차로는 3∼4분이면 족하고 걸어서도 20∼30분 거리다. 마을 앞에는 명교해수욕장이 있는데 아담한 솔밭이 참 예쁘다. 해안이 부드럽게 이어져 이곳에 산책로를 조성한다면 금상첨화겠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명교마을 앞 해변은 조선수군 재건에 나선 이순신 장군이 잠시 머물러 말을 쉬게 하고 군사들을 점검했다는 곳이다. 이곳의 백사정(白沙汀)은 예로부터 우물과 식수가 풍부하고 모래 해변이 없어 군대가 쉬어가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위치였을 것이다.
어촌계장이 집 뒤쪽에 솟아있는 언덕빼기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간다. “이순신 장군이 저기 똥뫼산에 잠시 앉아 쉬었다 가셨다고 합니다. 여수포구에서 회진포구로 이동하면서 지휘를 했던 자리이기도 하지요.” 똥뫼산에 올라 해변에서 쉬고 있는 군사들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을 장군의 고뇌가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듯 하다.
봄과 가을 두차례 바지락 채취를 하는데 수확철에는 마을 방송을 통해 어촌계 50여가구가 모두 나와 공동으로 작업을 한다. 바지락 채취에 필요한 도구는 손과 호미뿐. 그래도 하루에만 1t 정도를 캐낸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작업을 하면 봄철 바지락 채취는 마무리된다. 수익은 역시 공동 배분한다.
“우리마을에서 캐는 바지락은 맛이 좋고 바지락에 금빛이 나서 금바지락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곳의 바지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에요. 모래와 자갈, 뻘밭이 섞여 있어 바지락이 잘 자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막 채취해서 해금을 하지 않고 먹어도 모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에요. 바지락을 캐면서 옆에 솥단지를 걸어놓고 삶아먹기도 하는데 지나가는 분들이 얻어먹고 가기도 하지요.”
솥밭이 예쁜 명교해수욕장에서는 여름 피서철 부녀회에서 바지락을 캐다가 피서객들에게 바지락 회무침이나 바지락죽, 바지락 전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어촌마을이지만 바지락과 꼬막작업을 하기 때문에 배를 가지고 바다로 나가는 주민은 없다. 배를 가지고 있는 어촌계원은 3가구 뿐이다. 이들은 물때에 맞춰 나가 전어나 대하를 잡아온다. 뻘밭에서 낙지를 잡기도 하는데 어촌계장은 마을내에서 ‘낙지 귀신’이라 불릴 만큼 낙지잡는 실력이 뛰어나다. 낙지를 잡아다가 그 자리에서 쭈욱 훑어 먹는 맛은 기가 막히다.
해변 위쪽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어촌마을 사람들의 또 다른 일터다. 대부분 쪽파와 감자 농사를 짓는데 쪽파를 심고 출하하고 쪽파가 끝나면 바로 감자 농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쉴 시간이 없다. 오토바이에 쪽파 종자를 가득 싣고 지나는 주민이 보여 물었더니 봄에 수확할 쪽파를 심으러 가는 길이다.
다시 바다로 향하던 어촌계장은 마을에 대해 총정리한다.
“우리 명교마을은 여름철 뿐만 아니라 사계절 찾아와도 아늑한 시골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400년 이상된 소나무가 있는 솔밭에 텐트를 치고 하루 저녁 묵고 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어요. 무엇보다 해돋이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명교 해수욕장입니다. 날씨 좋은날 일림산 너머로 내려앉는 일몰 모습은 기가 막힙니다. 올 겨울 명교마을을 찾아와도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이보람기자 bora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