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최단명 국무총리로 끝나게 된 이완구(65). 이제는 고인이 된 성완종(64·전 경남기업 회장). 그리고 시인이자 스님이었던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충청남도 출신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저 위대한 인물 만해를 뜬금없이 이들과 함께 엮는 까닭은 무엇인가.
뛰어난 서정성과 더불어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는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모르는 이는 없을 터. 한국 시 최고의 정신성으로 표상되는 ‘님의 침묵’이 나온 지 100년이 다 돼 가는 지금, 그의 시가 이상한 패러디로 떠돌게 되리라는 사실을 만해 자신은 혹여 짐작이라도 했을까?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회장님은 갔습니다./ 뇌물 메모를 남기고 벚꽃나무 숲을 향하여 난 황천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천년만년 나랏돈 빼먹자던 정치인들과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돈 봉투의 추억은 거물들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최근 SNS를 통해 퍼진 ‘님의 침묵’을 패러디한 시다. 패러디(parody)란 ‘잘 알려진’ 원작을 비틀어 풍자적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문학의 한 표현 형식이다.
‘님의 침묵’ 패러디 또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읽는 이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그들은 향기로운 님의 돈뭉치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뇌물에 눈멀었습니다./ 뇌물도 사람의 일이라 받을 때에 미리 터질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폭로는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증거에 자꾸 오그라듭니다.”
운명의 지침 돌려놓은 거짓말
이 패러디 시를 읽다 보면 그때그때 말을 바꾸며 당혹스러워 했던 이완구 총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지 않는가. “우리는 받을 때에 터질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터질 때에 다시 빠져나갈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뇌물은 받지 아니하였습니다./ 정치가들의 거짓말을 못 믿는 민초들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그렇다. 이 총리가 끝내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껌 값도 안 되는 고작 3000만 원의 돈 때문이 아니라 거듭되는 거짓말이 그의 거대한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만 것이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해명 과정에서 했던 몇 번의 거짓말 때문에 끝내 낙마했던 것처럼.
사망하기 전 성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를 비롯한 현 정부의 실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특히 성 회장 측 인사의 ‘비타 500’ 증언이 나오면서 이 총리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까지 사퇴 요구가 확산됐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고립무원(孤立無援), 결국 이 총리는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박근혜정부가 전 정권을 향해 쏜 화살이 궤도를 이탈해 현 정권의 심장에 꽂힌 셈이다.
망자(亡者)의 폭로가 ‘양심’의 발로였는지 ‘앙심’을 품은 복수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총리는 끝없이 말을 바꿨고 그의 해명은 믿을 수 없었다. 말이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요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법. 그의 잇단 말 바꾸기는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할 뿐이었다. 계속되는 말 바꾸기 지적에 그는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고 답변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전혀 친분이 없다며 펄쩍 뛰더니 1년에 200차례가 넘는 통화 송수신 기록이 나오자 한 달에 한두 번 만난 것은 많은 것이 아니라 했다. 전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더니 비타500 박스에 현금 3000만 원을 담아 전달한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
한동안 ‘성완종 사건’을 희화한 한시(漢詩) 형식의 글이 인터넷에 떠돈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경향일면애(卿香溢面崖)/ 폭탄투하내(爆彈投下耐)/ 비타오백이(匕打熬白理)/ 완구보내내(完柩步乃奈)” 으하하, 경향신문 1면에 폭탄이 투하되고 비타오백이 완구를 보냈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계속되는 현 정부 ‘총리 잔혹사’
이 한시의 또 다른 재미는 한문을 그대로 번역해도 그런대로 말이 된다는 점이다. “벼슬의 향기 얼굴 끝까지 넘쳐흘렀고/ 폭탄이 떨어졌어도 견뎌냈지만/ 비수 같은 한 방이 하이얀 국무총리 볶아대어/ 완연한 시신으로 걸어 나가니 이를 어찌할꼬”
‘1도 2부 3빽 4돈’이라는 말이 있다. 사고가 터지면 우선 도망이 상책이요, 둘째는 그러다 잡히면 부인(否認)하고, 그 다음엔 ‘빽’이나 돈을 써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하위공무원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정치인들의 경우 사고가 터지면 첫째도 부인이요 둘째도 부인이다. 처음엔 딱 잡아떼다가 “돈 준 사람을 모른다” “알긴 아는데 만난 적이 없다” “만나긴 했지만 돈 받은 적 없다” “돈을 받긴 했으나 대가성이 없다”고 강변한다. 그 과정에서 온갖 거짓말이 난무한다. ‘거짓말은 눈덩이 같아서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진다’(마틴 루터)고 했다.
이 총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세 번이나 거짓말을 했던 베드로처럼 그도 처음엔 성 회장과 그다지 친분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거짓말은 한때 대통령까지 꿈꿨던 그의 야망을 한순간에 꺾고야 말았다. ‘거짓말은 꽃을 피우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스페인 속담)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낸’(死孔明走生仲達) 격이라 하겠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오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나저나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 잔혹사’는 언제까지 계속되려나.
뛰어난 서정성과 더불어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는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모르는 이는 없을 터. 한국 시 최고의 정신성으로 표상되는 ‘님의 침묵’이 나온 지 100년이 다 돼 가는 지금, 그의 시가 이상한 패러디로 떠돌게 되리라는 사실을 만해 자신은 혹여 짐작이라도 했을까?
최근 SNS를 통해 퍼진 ‘님의 침묵’을 패러디한 시다. 패러디(parody)란 ‘잘 알려진’ 원작을 비틀어 풍자적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문학의 한 표현 형식이다.
‘님의 침묵’ 패러디 또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읽는 이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그들은 향기로운 님의 돈뭉치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뇌물에 눈멀었습니다./ 뇌물도 사람의 일이라 받을 때에 미리 터질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폭로는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증거에 자꾸 오그라듭니다.”
이 패러디 시를 읽다 보면 그때그때 말을 바꾸며 당혹스러워 했던 이완구 총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지 않는가. “우리는 받을 때에 터질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터질 때에 다시 빠져나갈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뇌물은 받지 아니하였습니다./ 정치가들의 거짓말을 못 믿는 민초들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그렇다. 이 총리가 끝내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껌 값도 안 되는 고작 3000만 원의 돈 때문이 아니라 거듭되는 거짓말이 그의 거대한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만 것이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해명 과정에서 했던 몇 번의 거짓말 때문에 끝내 낙마했던 것처럼.
사망하기 전 성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를 비롯한 현 정부의 실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특히 성 회장 측 인사의 ‘비타 500’ 증언이 나오면서 이 총리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까지 사퇴 요구가 확산됐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고립무원(孤立無援), 결국 이 총리는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박근혜정부가 전 정권을 향해 쏜 화살이 궤도를 이탈해 현 정권의 심장에 꽂힌 셈이다.
망자(亡者)의 폭로가 ‘양심’의 발로였는지 ‘앙심’을 품은 복수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총리는 끝없이 말을 바꿨고 그의 해명은 믿을 수 없었다. 말이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요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법. 그의 잇단 말 바꾸기는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할 뿐이었다. 계속되는 말 바꾸기 지적에 그는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고 답변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전혀 친분이 없다며 펄쩍 뛰더니 1년에 200차례가 넘는 통화 송수신 기록이 나오자 한 달에 한두 번 만난 것은 많은 것이 아니라 했다. 전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더니 비타500 박스에 현금 3000만 원을 담아 전달한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
한동안 ‘성완종 사건’을 희화한 한시(漢詩) 형식의 글이 인터넷에 떠돈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경향일면애(卿香溢面崖)/ 폭탄투하내(爆彈投下耐)/ 비타오백이(匕打熬白理)/ 완구보내내(完柩步乃奈)” 으하하, 경향신문 1면에 폭탄이 투하되고 비타오백이 완구를 보냈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계속되는 현 정부 ‘총리 잔혹사’
이 한시의 또 다른 재미는 한문을 그대로 번역해도 그런대로 말이 된다는 점이다. “벼슬의 향기 얼굴 끝까지 넘쳐흘렀고/ 폭탄이 떨어졌어도 견뎌냈지만/ 비수 같은 한 방이 하이얀 국무총리 볶아대어/ 완연한 시신으로 걸어 나가니 이를 어찌할꼬”
‘1도 2부 3빽 4돈’이라는 말이 있다. 사고가 터지면 우선 도망이 상책이요, 둘째는 그러다 잡히면 부인(否認)하고, 그 다음엔 ‘빽’이나 돈을 써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하위공무원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정치인들의 경우 사고가 터지면 첫째도 부인이요 둘째도 부인이다. 처음엔 딱 잡아떼다가 “돈 준 사람을 모른다” “알긴 아는데 만난 적이 없다” “만나긴 했지만 돈 받은 적 없다” “돈을 받긴 했으나 대가성이 없다”고 강변한다. 그 과정에서 온갖 거짓말이 난무한다. ‘거짓말은 눈덩이 같아서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진다’(마틴 루터)고 했다.
이 총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세 번이나 거짓말을 했던 베드로처럼 그도 처음엔 성 회장과 그다지 친분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거짓말은 한때 대통령까지 꿈꿨던 그의 야망을 한순간에 꺾고야 말았다. ‘거짓말은 꽃을 피우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스페인 속담)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낸’(死孔明走生仲達) 격이라 하겠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오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나저나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 잔혹사’는 언제까지 계속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