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입니다. 기후 변화 탓인지 매년 빙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네팔 가이드 총바 셰르파(31)씨는 “발밑을 조심하세요.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틈)가 있을 수 있어요”라고 주의를 줬다.

지난 15일 찾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베이스캠프. 에베레스트 트레킹 코스의 맨 마지막 롯지(lodge, 산속의 간이 숙박시설)인 고락셉에서 오전 6시 출발해 두 시간을 걸어 도착한 그곳은 춥고, 적막하고, 황량했다.

네팔수도 카트만두에서 18인승 프롭비행기를 타고 트레킹 관문인 루크라(해발 2840m)에서 내린 후 팍딩→남체 바자르→딩보체를 거쳐 꼬박 8박9일간 걸어 고락셉(해발 5140m)에 당도했다.

주로 해발 100m 아래에서만 생활했던 기자에게 5000m 이상 높이에 오르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고도를 높일수록 희박한 공기에 신체가 잘 적응하며 염려했던 두통과 불면, 설사 등 고산병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인 ‘칼라 파타르’(Kala Patthar·해발 5550m)에 오른 이튿날 새벽 E.B.C를 향한 것은 그곳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해발 5365m에 자리한 E.B.C는 에드먼드 힐러리의 첫 등정(1953년) 이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산악인들의 꿈의 출발점이다.

막상 E.B.C에 발길이 닿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빙하가 아닌 끝없이 펼쳐진 회색 돌무리였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산비탈에서 부서져 내린 암석조각들이 빙하 위를 뒤덮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쿰부(Khumbu) 빙하’다.

하지만 E.B.C 일대 빙하는 과거에 비해 점점 녹아내리고, 산에서는 침식현상이 반복되면서 채석장 같은 풍경으로 변하고 있었다. 얼음덩어리 위에 커다란 바위가 올려져 있기도 했다.

현지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지구 온난화’와 연관시켜 해석한다. 산업발달에 따라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사용이 늘며 이산화탄소가 증가, 온실효과를 가속시켜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빙하가 점차 녹으며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은 지난 2005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히말라야 빙하는 최근 그 길이가 매년 10∼15m씩 축소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반구 중위도(북위 20∼50도)의 연평균 기온이 0.6도 올랐으나 히말라야 지역은 1도 안팎이나 상승해 온난화가 급속히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히말라야 빙하가 향후 40년 안에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탐방에 동행한 김동길(53·광주체육고) 교사는 “쿰부빙하가 생각보다 많이 녹아내려 안타깝다”며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전(全) 지구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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