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만과 죨라만은 사랑과 배신, 복수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카자흐스탄의 민담이다. 부부의 신의를 저버리고 권력자의 품에 안긴 알라만의 아내는 딸과 함께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알라만의 아내와 딸의 목숨을 거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들의 아버지이고, 알라만의 장인이다. 부부, 부모 자식의 천륜을 저버린 패륜은 어느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이야기다.
알라만의 아들 죨라만은 가족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은 마귀를 죽이기 위해 대를 이어 복수에 나선다. 그는 간교한 술수와 달콤한 말로 어머니를 꼬여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마녀 바바야가를 단죄한다.
알라만과 죨라만 이야기의 특징은 악행과 비행을 저지른 인물들은 예외없이 죽음을 맞는다는 단죄형이다. 바바야가는 전통적인 카자흐스탄 민담과 달리 거의 유일하게 주인공을 능가하는 조연으로 부각되지만, 예외 없이 단말마로 생을 마감한다.
무사 알라만은 절세미인 아내 카라사시와 남부럽지 않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가장이다. 그의 아내는 절세가인이다. 길고 풍성한, 마치 까마귀의 날개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결국 머리카락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카라사시가 딸과 함께 냇가에 물을 뜨러갔다가 머리에서 빠진 머리카락 한 올이 우연히 냇물에 떠내려간 게 결국 동티가 난다.
때마침 사냥 나섰다가 냇가를 찾은 칸(부족의 최고 통치자)은 물에 떠내려오는 카라사시의 머리카락을 보고 반해버린다. 형형색색의 뱀이 헤엄치는 듯한 머리카락이었다. 머리카락을 손에 쥔 칸은 “머리카락이 이처럼 아름답다면, 그 주인은 얼마나 아름다울까”라고 감탄한다.
간교한 마녀 바바 야가는 칸에게 그녀와 인연을 맺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솔깃한 칸은 후한 포상을 내려 그녀의 악행을 부채질 한다.
바바 야가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의 옛 이야기에 종종 등장하는 악행의 장본인이다. 러시아에서는 이빨이 하나뿐인 마귀할멈으로 주로 어린이를 노리는 식인귀로 묘사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민담에서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시기·질투하거나, 까닭없이 시련을 안겨주는 마녀로 등장한다. 알라만-죨라만에서는 이마에 눈이 하나 뿐인 괴기스런 인물이다.
천변만화, 능소능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마법을 가진 그녀는 알라만의 아내를 꾀어내기 위해 의지할 곳 없는 노파로 변신한다.
사람 좋은 알라만은 그녀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돼달라며 함께 살기를 청한다.
알라만의 집에 똬리를 튼 그녀는 매일 카라사시의 귀에 달콤한 말로 속삭인다. “네 남편은 너 같은 미인을 가질 자격이 없어. 그는 매일 사냥을 하니 지겹지 않겠지만 집에 홀로 남겨진 너는 무슨 즐거움이 있냐. 네 머리카락을 보고 단숨에 사랑에 빠진 부유한 남편과 새삶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그녀가 남편과의 사랑을 지켜낼 믿음과 강단이 없었다는 데서 생긴다.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카라사시는 결국 사랑을 배신한다. 처절하고 치졸한 배신이었다. 카라사시는 알라만이 잠든 새 그를 주술이 걸린 비단밧줄로 묶어놓은 채 딸과 함께 칸에게로 달려가 살림을 차린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알라만은 포승을 풀기 위해 딸에게 카라사시가 갖고 달아난 강철단검을 몰래 빼돌려 자신에게 건네줄 것을 애걸하지만, 냉혹하게 거절당한다. 강철단검은 손오공의 여의봉(如意棒)과 같은 것으로 알라만에겐 힘의 원천이자, 전가의 보도다.
아들 죨라만은 끈질기게 어머니를 설득해 강철 단검을 빼내 알라만에게 건낸다. 단숨에 비단포승에서 벗어난 알라만은 아내를 빼앗은 칸과 그의 군대를 말살한다.
알라만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기 위해 아내 카라사시와 딸을 장인에게 보낸다. 장인은 배신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며 그들의 목을 벤다.
알라만에게 앙갚음을 당한 처지에 놓인 바바 야가는 강철단검을 빼앗기 위해 또다시 변신술을 동원한다. 이번에는 길가에 버려진 아기로 변신, 알라만의 집에 잠입해 강철 단검을 훔쳐 달아난다.
강철단검을 손에 넣음으로써 승기를 잡은 바바야가는 달아나는 알라만의 목숨을 끊기 위해 그를 맹렬하게 쫓는다. 알라만의 아들 죨라만은 아버지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추격전에 동참한다.
이 때 등장하는 마법반지는 알라만이 바바야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다.
죨라만은 반지를 새어머니에게서 받았다. 그 반지는 알라만이 손쥐게되면 말이 더 빨리달려 바바야가의 추격을 피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영물이다.
새어머니는 죨라만에게 바바야가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알라만이 반지를 손에 쥐게 되는 그 순간 뿐이라고 일러줬다. “바바 야가가 반지를 손에 쥐고 달아나는 알라만을 보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 그녀의 눈을 찔러라. 단 한 번이다. 두 번 찌르면 사악한 힘이 다시 살아난다”
맹추격 끝에 아버지를 따라잡은 죨라만은 알라만의 손에 마법반지를 쥐어주고 창으로 바바야가의 하나 뿐인 눈을 찔렀다. 그녀가 “눈을 한 번 더 찔러달라”고 절규하지만, 죨라만은 어머니의 충고를 잊지 않고 창을 거둔다.
/카자흐스탄=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
알라만의 아들 죨라만은 가족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은 마귀를 죽이기 위해 대를 이어 복수에 나선다. 그는 간교한 술수와 달콤한 말로 어머니를 꼬여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마녀 바바야가를 단죄한다.
무사 알라만은 절세미인 아내 카라사시와 남부럽지 않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가장이다. 그의 아내는 절세가인이다. 길고 풍성한, 마치 까마귀의 날개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결국 머리카락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카라사시가 딸과 함께 냇가에 물을 뜨러갔다가 머리에서 빠진 머리카락 한 올이 우연히 냇물에 떠내려간 게 결국 동티가 난다.
간교한 마녀 바바 야가는 칸에게 그녀와 인연을 맺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솔깃한 칸은 후한 포상을 내려 그녀의 악행을 부채질 한다.
바바 야가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의 옛 이야기에 종종 등장하는 악행의 장본인이다. 러시아에서는 이빨이 하나뿐인 마귀할멈으로 주로 어린이를 노리는 식인귀로 묘사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민담에서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시기·질투하거나, 까닭없이 시련을 안겨주는 마녀로 등장한다. 알라만-죨라만에서는 이마에 눈이 하나 뿐인 괴기스런 인물이다.
천변만화, 능소능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마법을 가진 그녀는 알라만의 아내를 꾀어내기 위해 의지할 곳 없는 노파로 변신한다.
사람 좋은 알라만은 그녀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돼달라며 함께 살기를 청한다.
알라만의 집에 똬리를 튼 그녀는 매일 카라사시의 귀에 달콤한 말로 속삭인다. “네 남편은 너 같은 미인을 가질 자격이 없어. 그는 매일 사냥을 하니 지겹지 않겠지만 집에 홀로 남겨진 너는 무슨 즐거움이 있냐. 네 머리카락을 보고 단숨에 사랑에 빠진 부유한 남편과 새삶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그녀가 남편과의 사랑을 지켜낼 믿음과 강단이 없었다는 데서 생긴다.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카라사시는 결국 사랑을 배신한다. 처절하고 치졸한 배신이었다. 카라사시는 알라만이 잠든 새 그를 주술이 걸린 비단밧줄로 묶어놓은 채 딸과 함께 칸에게로 달려가 살림을 차린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알라만은 포승을 풀기 위해 딸에게 카라사시가 갖고 달아난 강철단검을 몰래 빼돌려 자신에게 건네줄 것을 애걸하지만, 냉혹하게 거절당한다. 강철단검은 손오공의 여의봉(如意棒)과 같은 것으로 알라만에겐 힘의 원천이자, 전가의 보도다.
아들 죨라만은 끈질기게 어머니를 설득해 강철 단검을 빼내 알라만에게 건낸다. 단숨에 비단포승에서 벗어난 알라만은 아내를 빼앗은 칸과 그의 군대를 말살한다.
알라만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기 위해 아내 카라사시와 딸을 장인에게 보낸다. 장인은 배신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며 그들의 목을 벤다.
알라만에게 앙갚음을 당한 처지에 놓인 바바 야가는 강철단검을 빼앗기 위해 또다시 변신술을 동원한다. 이번에는 길가에 버려진 아기로 변신, 알라만의 집에 잠입해 강철 단검을 훔쳐 달아난다.
강철단검을 손에 넣음으로써 승기를 잡은 바바야가는 달아나는 알라만의 목숨을 끊기 위해 그를 맹렬하게 쫓는다. 알라만의 아들 죨라만은 아버지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추격전에 동참한다.
이 때 등장하는 마법반지는 알라만이 바바야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다.
죨라만은 반지를 새어머니에게서 받았다. 그 반지는 알라만이 손쥐게되면 말이 더 빨리달려 바바야가의 추격을 피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영물이다.
새어머니는 죨라만에게 바바야가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알라만이 반지를 손에 쥐게 되는 그 순간 뿐이라고 일러줬다. “바바 야가가 반지를 손에 쥐고 달아나는 알라만을 보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 그녀의 눈을 찔러라. 단 한 번이다. 두 번 찌르면 사악한 힘이 다시 살아난다”
맹추격 끝에 아버지를 따라잡은 죨라만은 알라만의 손에 마법반지를 쥐어주고 창으로 바바야가의 하나 뿐인 눈을 찔렀다. 그녀가 “눈을 한 번 더 찔러달라”고 절규하지만, 죨라만은 어머니의 충고를 잊지 않고 창을 거둔다.
/카자흐스탄=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