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찾은 몰디브는 평화롭게 보였다. 속에 감추어진 ‘불안함’을 꼭꼭 숨겨놓으려는 듯, 주민들의 일상도 다른 도시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범정부위원회(IPCC)가 2100년 해수면은 18∼59㎝가 상승할 것이라고 발표하는가 하면,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21세기에 해수면이 최고 88㎝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은 상황임에도 위기감이 가득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극조사과학위원회(SCAR)가 지난 2009년‘남극기후변화와 기후’ 보고서를 통한 경고는 더욱 섬뜩하다.
2100년에 해수면 수위가 2년 전 예상보다 2배가 넘는 1.4m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으로만 보면 평균 해발고도가 0.8∼1m인 몰디브 섬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10만 명이 사는 수도 말레(Male) 섬은 아침·저녁이면 출·퇴근하는 자전거 행렬로 긴 줄이 서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낮 시간에는 가까운 해수욕장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여느 도시와 비슷했다.
하지만 몰디브가 느끼는 위기감을 감지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도 말레섬에서 배로 10분 가량 떨어진 훌루말레(Hulhumale·5㎢) 섬에서는 몰디브의 절박감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훌루말레 섬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 공화국이 해결책의 하나로 내놓은 ‘인공 섬’이다.
육지의 80%가 1m 이하로, 평균 해발 고도가 1.5m인 몰디브 공화국에서 훌루말레 섬의 해발 고도는 2m.
해수면 상승위기에서 이 정도 높이면 다른 섬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몰디브 정부의 판단에 따라 내려진 ‘선택’이었다.
당시 마우문 압둘 게이움 대통령이 “(해수면 상승으로) 이대로 가다간 얼마후 국민 모두가 수장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나라를 구하려면 이길 뿐”이라며 추진했다.
지난 1997년 첫 아이디어가 나온 뒤 2004년까지 바다 위에 모래를 쌓아 육지로 만드는 개간 사업이 완료됐고 현재는 2020년까지 6만명이 사는 신도시 개발을 목표로 택지 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벌써 1만6000명의 이주가 이뤄졌고 몰디브 정부도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이주를 독려하고 있다.
갓 조성된 섬 분위기는 말레 섬과 달리, 쾌적했다. 넓고 잘 정비된 도로, 최근 지어진 깨끗한 아파트 등 신도시 이미지도 갖췄다.
다만, 구역별로 나뉘어 조성되는 탓에 일부 부지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흙을 퍼나르거나 옮기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주택, 아파트, 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한 부지 정비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인공 섬을 둘러싼 바다와 인접한 해변 백사장도 ‘인공’으로 만들어졌다. 개간한 땅 위에 돌을 얹고 모래를 쌓았다. 택지개발회사 담당자가 ‘인공’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외견상 완벽했다. “자연 때문에 모래 해변을 잃을 수도 있지만 모래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도 그제야 이해가 됐다.
수도 말레섬도 비슷하다. 끊임없는 연안 침식으로 모래가 사라지면서 자연 해변이 아닌, 인공 해변을 조성해놓고 있다. 관광 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 외국 투자자들을 불러들여 새로운 인공 섬을 추가로 개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정부의 노력과 바람에도 불구, 해안 침식은 멈추질 않는다. 2010년을 전후해 90개의 유인도에서 해수 범람 피해가 발생했고 유인도의 97%가 침식 피해를 입었다. 87개에 이르는 리조트의 45% 이상이 해안 침식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연안침식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적으로 복구가 안되고 침식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는 형편이고 정부가 침식 방어를 위해 매년 2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건기가 길어지면서 주민들이 생활용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해발고도는 해수면과 비슷한데,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조짐은 여전하고 침식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일랜드 프레지던트:나시드의 도전’에서 모하메드 나시드(45) 전 몰디브 대통령의 “아름다운 바다, 황금 해변, 천국과도 같은 섬, 우린 이곳에서 살고 싶다. 사라질 수 없다”는 말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신음하는 몰디브 주민들의 호소이기도 하다.
/몰디브=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기후변화에 관한 범정부위원회(IPCC)가 2100년 해수면은 18∼59㎝가 상승할 것이라고 발표하는가 하면,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21세기에 해수면이 최고 88㎝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은 상황임에도 위기감이 가득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2100년에 해수면 수위가 2년 전 예상보다 2배가 넘는 1.4m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으로만 보면 평균 해발고도가 0.8∼1m인 몰디브 섬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10만 명이 사는 수도 말레(Male) 섬은 아침·저녁이면 출·퇴근하는 자전거 행렬로 긴 줄이 서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낮 시간에는 가까운 해수욕장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여느 도시와 비슷했다.
하지만 몰디브가 느끼는 위기감을 감지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도 말레섬에서 배로 10분 가량 떨어진 훌루말레(Hulhumale·5㎢) 섬에서는 몰디브의 절박감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훌루말레 섬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 공화국이 해결책의 하나로 내놓은 ‘인공 섬’이다.
해수면 상승위기에서 이 정도 높이면 다른 섬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몰디브 정부의 판단에 따라 내려진 ‘선택’이었다.
당시 마우문 압둘 게이움 대통령이 “(해수면 상승으로) 이대로 가다간 얼마후 국민 모두가 수장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나라를 구하려면 이길 뿐”이라며 추진했다.
지난 1997년 첫 아이디어가 나온 뒤 2004년까지 바다 위에 모래를 쌓아 육지로 만드는 개간 사업이 완료됐고 현재는 2020년까지 6만명이 사는 신도시 개발을 목표로 택지 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벌써 1만6000명의 이주가 이뤄졌고 몰디브 정부도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이주를 독려하고 있다.
갓 조성된 섬 분위기는 말레 섬과 달리, 쾌적했다. 넓고 잘 정비된 도로, 최근 지어진 깨끗한 아파트 등 신도시 이미지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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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구역별로 나뉘어 조성되는 탓에 일부 부지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흙을 퍼나르거나 옮기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주택, 아파트, 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한 부지 정비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인공 섬을 둘러싼 바다와 인접한 해변 백사장도 ‘인공’으로 만들어졌다. 개간한 땅 위에 돌을 얹고 모래를 쌓았다. 택지개발회사 담당자가 ‘인공’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외견상 완벽했다. “자연 때문에 모래 해변을 잃을 수도 있지만 모래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도 그제야 이해가 됐다.
수도 말레섬도 비슷하다. 끊임없는 연안 침식으로 모래가 사라지면서 자연 해변이 아닌, 인공 해변을 조성해놓고 있다. 관광 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 외국 투자자들을 불러들여 새로운 인공 섬을 추가로 개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정부의 노력과 바람에도 불구, 해안 침식은 멈추질 않는다. 2010년을 전후해 90개의 유인도에서 해수 범람 피해가 발생했고 유인도의 97%가 침식 피해를 입었다. 87개에 이르는 리조트의 45% 이상이 해안 침식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연안침식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적으로 복구가 안되고 침식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는 형편이고 정부가 침식 방어를 위해 매년 2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건기가 길어지면서 주민들이 생활용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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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고도는 해수면과 비슷한데,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조짐은 여전하고 침식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일랜드 프레지던트:나시드의 도전’에서 모하메드 나시드(45) 전 몰디브 대통령의 “아름다운 바다, 황금 해변, 천국과도 같은 섬, 우린 이곳에서 살고 싶다. 사라질 수 없다”는 말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신음하는 몰디브 주민들의 호소이기도 하다.
/몰디브=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