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리쇼의 열기가 아직 다 식기도 전에 뉴욕 미술계에 다시 한 번 아시아의 미술로 눈을 돌리게 하는 행사가 열렸다. ‘아시아 위크 뉴욕’(Asia Week New York, 2010)이다.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인도, 태국, 중국, 티벳, 대만,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국가들이 참여, 아시아라는 공통성과 각국 문화의 차별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전시는 뉴욕의 대표적인 아시안 문화 공간인 코리아 소사이어티, 아시아 소사이어티, 재팬 소사이어티를 비롯해 브루클린미술관, 차이나 인스티튜트 갤러리, 루빈미술관 등에서 각국의 개인 갤러리들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졌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는 데이빗 그루번 감독의 다큐 ‘붓다’와 불교미술전, 로버트 털 리가 관장으로 있는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에서는 한국의 고미술품 소장가로 유명한 로버크 컬렉션을 전시했다. 미국 내 주요 한국미술품 담당 큐레이터들에게 한국의 미술을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개인 갤러리로 맨하탄에서 한국 고미술을 취급하는 대표적인 공간인 ‘강 콜렉션’에서는 조선시대 궁중 장식용으로 쓰이던 병풍 십장생도, 연화도, 화조도를 비롯해 양반의 사랑방과 안방 장식용 병풍과 민화 등 19세기 고미술품 중심으로 한국미술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렸다.
그렇다면 아시아 미술 중에서 한국미술에 대한 인지도는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 한국 미술품을 소개하는 곳으로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미술관 내 프리어와 새클러 갤러리, 필라델피아미술관 등이다.
이들 미술관에서는 ‘한국실’이라는 독립된 전시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들 미술관에 소장된 한국미술품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내용이나 규모에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주요 소장품으로는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도자기 류가 중심을 이루고 소수의 조선시대 회화 작품이 전부이다. 이번 아시아위크의 경우 대부분 현대미술보다 고미술품이기 때문에 서구인에게 아시아의 국가로서 한국의 미술품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행사들 가운데 또 하나 눈여겨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크리스티 한국 미술품 경매’이다. 아시아 위크 행사의 일환으로 크리스티는 중국미술, 남아시아 미술 등의 경매를 개최하였고 3월 24일 오전 일본 미술에 이어 한국 미술품 경매를 가졌다. 한국 미술품 경매 총액은 439만1천375달러로 약 63%의 경매실적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경매에 나온 작품들을 보면 호작도, 조선시대 초상화, 도자기류로 청자, 분청사기, 청화백자 같은 고미술품 부터 박수근, 김흥수, 김보현, 김차섭, 김명희, 강익중, 변종곤 등의 작품이 낙찰됐다.
이날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크기나 문양 보존 상태에서 완벽한 18세기 청화백자와 박수근 화백의 ‘앉아있는 두 아낙(1964년 작)’이었다. 보통 경매 대상품의 이미지는 슬라이드를 통해 보여 주지만 중요 작품은 현장에 진품으로 제시되어 거래된다. 당당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는 청화백자는 50만 달러에서부터 호가되기 시작해 순간순간 가격의 단위가 올라갔다. 전화로 참여한 고객과 현장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진행되다 익명의 수집가에게 66만2천500 달러에 낙찰됐다.
박수근의 작품 역시 김흥수 작품과 함께 현장에 전시됐는데, 시작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현장에선 두 고객간의 베팅이 이어져 갔다. 30만 달러에서 시작한 금액은 순간에 예상가 35만∼40만달러를 넘어서 50만6천500달러에 거래됐다. 이 액수는 한국 돈으로 하면 5억이 넘는 고가의 작품이다. 이번 경매에 낙찰된 박수근의 작품은 거래 직후 포장돼 크리스티를 떠났다. 소문에 의하면 국내 소장가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하니 머지 않아 한국의 미술관에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일반적으로 갤러리에서 판매되는 작품의 경우 그 가격은 작가와 갤러리 사이에서 책정되고 판매 이후 지분에 따라 나누어진다. 경우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작품 값의 40%는 갤러리의 커미션 비용으로, 60%가 작가에게 주어진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 고객은 작품 값만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옥션에서는 좀 다른 구조로 작품 거래가 이루어진다.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의 경우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25%의 커미션 비용을 각각 지불해야 한다(이것도 5만 달러 미만의 경우 25%, 5만 달러 이상인 경우에는 17%). 사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박수근의 작품은 42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하지만 실재 거래액은 여기에 커미션 비용이 추가된 가격으로 산정돼 50만 달러를 넘었다. 또 거래자는 여기에 뉴욕 주 세금을 내야 된다. 이 정도 되면 크리스티에서 작품을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액수를 내야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경매는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은 뉴욕 중에서도 부의 상징인 록펠러센터 근처에 위치해 있다. 사실 어떤 작가의 작품이 크리스티에서 얼마 팔려 나간다 해도 그 돈은 작가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장가들 사이의 거래일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다른 작품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경매 운영 방식은 일단 경매 전에 인티넷 공고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물론 경매가 열리기 전 사전공개(Viewing Day)를 통해 고객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경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현장에서 진품을 만져보고 사진을 찍고 또 전문가에게 문의할 수 있다. 경매 전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경매장 입장에서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커미션 비용이 높은 만큼 작품의 가치에 대한 보장도 담보되어 있다. 현재 뉴욕 크리스티에서 한국미술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김해겸씨는 “고가의 한국미술품을 구입하는 주된 고객은 한국인이다”고 귀뜸한다.
요즈음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자동차, 전자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국력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이해도는 시작 단계이다. 이는 곧 아직도 많은 가능성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그러려면 작가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문화 예술정책의 뒷따라야 한다. 이 같은 노력들이 이어진다면 머지 않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당당하게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인정받고, 한국 미술품 콜렉션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뉴욕거주 독립큐레이터·미술사 박사〉
전시는 뉴욕의 대표적인 아시안 문화 공간인 코리아 소사이어티, 아시아 소사이어티, 재팬 소사이어티를 비롯해 브루클린미술관, 차이나 인스티튜트 갤러리, 루빈미술관 등에서 각국의 개인 갤러리들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졌다.
개인 갤러리로 맨하탄에서 한국 고미술을 취급하는 대표적인 공간인 ‘강 콜렉션’에서는 조선시대 궁중 장식용으로 쓰이던 병풍 십장생도, 연화도, 화조도를 비롯해 양반의 사랑방과 안방 장식용 병풍과 민화 등 19세기 고미술품 중심으로 한국미술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렸다.
그렇다면 아시아 미술 중에서 한국미술에 대한 인지도는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 한국 미술품을 소개하는 곳으로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미술관 내 프리어와 새클러 갤러리, 필라델피아미술관 등이다.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행사들 가운데 또 하나 눈여겨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크리스티 한국 미술품 경매’이다. 아시아 위크 행사의 일환으로 크리스티는 중국미술, 남아시아 미술 등의 경매를 개최하였고 3월 24일 오전 일본 미술에 이어 한국 미술품 경매를 가졌다. 한국 미술품 경매 총액은 439만1천375달러로 약 63%의 경매실적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경매에 나온 작품들을 보면 호작도, 조선시대 초상화, 도자기류로 청자, 분청사기, 청화백자 같은 고미술품 부터 박수근, 김흥수, 김보현, 김차섭, 김명희, 강익중, 변종곤 등의 작품이 낙찰됐다.
이날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크기나 문양 보존 상태에서 완벽한 18세기 청화백자와 박수근 화백의 ‘앉아있는 두 아낙(1964년 작)’이었다. 보통 경매 대상품의 이미지는 슬라이드를 통해 보여 주지만 중요 작품은 현장에 진품으로 제시되어 거래된다. 당당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는 청화백자는 50만 달러에서부터 호가되기 시작해 순간순간 가격의 단위가 올라갔다. 전화로 참여한 고객과 현장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진행되다 익명의 수집가에게 66만2천500 달러에 낙찰됐다.
박수근의 작품 역시 김흥수 작품과 함께 현장에 전시됐는데, 시작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현장에선 두 고객간의 베팅이 이어져 갔다. 30만 달러에서 시작한 금액은 순간에 예상가 35만∼40만달러를 넘어서 50만6천500달러에 거래됐다. 이 액수는 한국 돈으로 하면 5억이 넘는 고가의 작품이다. 이번 경매에 낙찰된 박수근의 작품은 거래 직후 포장돼 크리스티를 떠났다. 소문에 의하면 국내 소장가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하니 머지 않아 한국의 미술관에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일반적으로 갤러리에서 판매되는 작품의 경우 그 가격은 작가와 갤러리 사이에서 책정되고 판매 이후 지분에 따라 나누어진다. 경우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작품 값의 40%는 갤러리의 커미션 비용으로, 60%가 작가에게 주어진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 고객은 작품 값만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옥션에서는 좀 다른 구조로 작품 거래가 이루어진다.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의 경우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25%의 커미션 비용을 각각 지불해야 한다(이것도 5만 달러 미만의 경우 25%, 5만 달러 이상인 경우에는 17%). 사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박수근의 작품은 42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하지만 실재 거래액은 여기에 커미션 비용이 추가된 가격으로 산정돼 50만 달러를 넘었다. 또 거래자는 여기에 뉴욕 주 세금을 내야 된다. 이 정도 되면 크리스티에서 작품을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액수를 내야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경매는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은 뉴욕 중에서도 부의 상징인 록펠러센터 근처에 위치해 있다. 사실 어떤 작가의 작품이 크리스티에서 얼마 팔려 나간다 해도 그 돈은 작가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장가들 사이의 거래일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다른 작품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경매 운영 방식은 일단 경매 전에 인티넷 공고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물론 경매가 열리기 전 사전공개(Viewing Day)를 통해 고객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경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현장에서 진품을 만져보고 사진을 찍고 또 전문가에게 문의할 수 있다. 경매 전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경매장 입장에서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커미션 비용이 높은 만큼 작품의 가치에 대한 보장도 담보되어 있다. 현재 뉴욕 크리스티에서 한국미술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김해겸씨는 “고가의 한국미술품을 구입하는 주된 고객은 한국인이다”고 귀뜸한다.
요즈음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자동차, 전자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국력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이해도는 시작 단계이다. 이는 곧 아직도 많은 가능성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그러려면 작가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문화 예술정책의 뒷따라야 한다. 이 같은 노력들이 이어진다면 머지 않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당당하게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인정받고, 한국 미술품 콜렉션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뉴욕거주 독립큐레이터·미술사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