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미술시장으로 달구어져 있다.
유난히 많은 눈에 시달린 뉴욕은 3월의 문턱을 막 넘어서자마자 긴 겨울의 지루함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미술계 움직임으로 맨하탄 전체가 핫팟(Hot Pot)처럼 뜨겁다. ‘아모리 아트 주간( Armory Art Week·3월3∼7일)’이라는 이름으로 아트 페어가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미술관, 갤러리 등 전 미술계가 합세하여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월 25일 개막한 휘트니 비엔날레(2.25-5.30일)를 선두로 뉴뮤지엄(New Museum)에서는 세계적인 작가인 제프 쿤스가 기획한 ‘Skin Fruit’ 전시가 아모리쇼의 열기에 편승했다. 이와함께 미국 아트딜러협회(ADAA), 스코프(Scoop), 펄스(Pluse), 볼타(Volta), 레드닷(Red Dot), 그리고 뉴욕에 처음 도전장을 내민 코리안 아트쇼(KIAF)까지 11개의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이름을 걸고 온 갤러리들과 딜러들, 유명 컬렉터들, 작가들, 미술대학 학생들, 해외 원정 관광객들, 미술 애호가들의 분주한 발길이 열기의 미술 장터에 모여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에너지의 주축을 이루고,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아모리쇼는 어떤 미술행사인가?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아모리쇼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뉴욕, LA,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그래머시 세계 아트 페어(Gramercy International Art Fairs)를 계승한 것으로, 1999년 2월부터 매년 이른 봄 뉴욕의 정례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모리쇼’라는 이름은 1913년 뉴욕 제69기병대 무기고(맨하탄 서쪽의 선착장)에서 개최되었던 미국 최초의 국제 현대 미술전에서 유래됐다. 1913년 아모리쇼는 당시 유럽의 선진 미술이었던 피카소, 마티스 작품은 물론이고 현대미술의 거장인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아직 모더니즘미술에 익숙하지 않던 미국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1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옛 명성을 유지하려는 듯, 아모리쇼는 현대미술에서 선구자적인 입지를 지키고 있다.
최근 아트마켓의 활성화와 함께 뉴욕시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아모리쇼는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시 규모를 키우면서 아트페어 공간도 피어(Pier) 92에 모던 아트, 피어 94에 컨템퍼러리 아트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이번 2010년 아모리쇼에는 30여개 국가에서 287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5만6천명에 달하던 평균 관람자 수가 6만여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미술관 인사들만 해도 4천여명에 이른다. 지난 8일(현지시간)에 개최된 아카데미시상식의 참석자들 가운데 상당수의 배우와 디자이너, 음악가들도 대거 아모리쇼를 방문했다고 한다.
2008년과 2009년을 거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황과 함께 미술계 역시 호황의 거품이 사라져 가는 추세다. 이런 시기에 아트페어를 집중적으로 개최하는 뉴욕시의 정책은 미술시장으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등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눈높이를 겨냥한 미술 행사가 주도면밀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 아트딜러협회(ADAA) 같은 전시의 경우 미국 최고의 딜러들에 의해 고가 작품들이 거래되고 있는 반면 스코프(Scoop), 펄스(Pluse) 같은 전시는 중저가의 작품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볼타(Volta)에는 젊은 작가들의 개인 부스가 만들어져 있다. 아모리쇼의 모던파트에는 콜더, 라우센버그, 윌렘 드 쿠닝 같은 현대미술사에 이미 이름이 등록된 작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매각되고 있고, 컨템퍼러리 파트는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출품한 설치, 사진, 회화, 드로잉 등 여러 장르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뉴욕시는 이 행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아모리 행사 기간 동안 여러 공공 프로그램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소호, 이스트빌리지, 첼시 등 맨하탄 전체에서 진행했다. 또한 공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미술관련 VIP를 모시는 행사를 준비해 눈높이를 차별화한 행사를 개최했다. 사실 몇 억, 몇 천 만원에 거래되는 미술품을 산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모리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구성의 아트페어와 행사는 많은 계층들에게 미술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미술 구매자들을 갤러리로 혹은 아트페어로 향하게 하여 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이다.
아모리쇼의 폐막을 다룬 뉴욕의 주요언론들의 기사에 따르면 데미안 허스트의 2007년 작인 ‘물 컵 있는 해골’이 400만 달러를 호가하는 가격에 거래되었고 몇몇 갤러리는 아모리가 시작되자마자 ‘매진’(Sold Out)됐다고 한다. 아모리쇼 관계자는 “여기에는 열광적인 컬렉터들, 관람객, 판매성과들이 작용했다”면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쇼로 평가하고 있다.
아모리쇼에 참가한 갤러리 중 43%가 유럽계, 뉴욕의 갤러리가 34%, 미국 내 다른 지역이 11%, 아시아 갤러리가 4%, 기타 국가들이 8%에 이른다. 이는 곧 국내갤러리들의 아모리쇼 입성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아모리쇼 기간동안 참여 갤러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한 일본 갤러리 디렉터는 아모리쇼의 참가비를 경제적인 타산에서 계산한다면 당장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모리쇼의 참가는 자국 미술 시장에 미치는 효과와 국외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플러스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갤러리로는 가나아트가 모던 아모리쇼에서 배병우, 이우환의 작품을 내걸었고 컨템퍼러리 아모리쇼에서는 국제갤러리와 원 앤 제이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제갤러리는 양혜규, 센정, 김기라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였고 외국 갤러리로 파리의 Thaddaeus Ropal 갤러리가 이불의 작품, 독일계 갤러리는 김동유의 작품을 선보였다.
2002년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는 후한루에게 한국 작가에 대해 묻자, ‘한국작가의 우수성과 작품의 경쟁력’을 꼽았다. 한국의 유능한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세계적인 아모리쇼가 열리는 기간을 겨냥하여 과감하게 뉴욕의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코리안 아트쇼는 거대한 뉴욕의 힘에 대해 너무 미미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미술사에 새로운 기록이라 할 수 있는 2010년 코리안 아트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를 위한 투자로 한국미술을 이해하는 세계적인 컬렉터들을 늘리는 초석을 깔았기 때문이다.
〈뉴욕 거주 독립 큐레이터·미술사 박사〉
유난히 많은 눈에 시달린 뉴욕은 3월의 문턱을 막 넘어서자마자 긴 겨울의 지루함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미술계 움직임으로 맨하탄 전체가 핫팟(Hot Pot)처럼 뜨겁다. ‘아모리 아트 주간( Armory Art Week·3월3∼7일)’이라는 이름으로 아트 페어가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미술관, 갤러리 등 전 미술계가 합세하여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월 25일 개막한 휘트니 비엔날레(2.25-5.30일)를 선두로 뉴뮤지엄(New Museum)에서는 세계적인 작가인 제프 쿤스가 기획한 ‘Skin Fruit’ 전시가 아모리쇼의 열기에 편승했다. 이와함께 미국 아트딜러협회(ADAA), 스코프(Scoop), 펄스(Pluse), 볼타(Volta), 레드닷(Red Dot), 그리고 뉴욕에 처음 도전장을 내민 코리안 아트쇼(KIAF)까지 11개의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이름을 걸고 온 갤러리들과 딜러들, 유명 컬렉터들, 작가들, 미술대학 학생들, 해외 원정 관광객들, 미술 애호가들의 분주한 발길이 열기의 미술 장터에 모여든 것이다.
2008년과 2009년을 거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황과 함께 미술계 역시 호황의 거품이 사라져 가는 추세다. 이런 시기에 아트페어를 집중적으로 개최하는 뉴욕시의 정책은 미술시장으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등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눈높이를 겨냥한 미술 행사가 주도면밀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 아트딜러협회(ADAA) 같은 전시의 경우 미국 최고의 딜러들에 의해 고가 작품들이 거래되고 있는 반면 스코프(Scoop), 펄스(Pluse) 같은 전시는 중저가의 작품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볼타(Volta)에는 젊은 작가들의 개인 부스가 만들어져 있다. 아모리쇼의 모던파트에는 콜더, 라우센버그, 윌렘 드 쿠닝 같은 현대미술사에 이미 이름이 등록된 작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매각되고 있고, 컨템퍼러리 파트는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출품한 설치, 사진, 회화, 드로잉 등 여러 장르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뉴욕시는 이 행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아모리 행사 기간 동안 여러 공공 프로그램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소호, 이스트빌리지, 첼시 등 맨하탄 전체에서 진행했다. 또한 공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미술관련 VIP를 모시는 행사를 준비해 눈높이를 차별화한 행사를 개최했다. 사실 몇 억, 몇 천 만원에 거래되는 미술품을 산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모리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구성의 아트페어와 행사는 많은 계층들에게 미술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미술 구매자들을 갤러리로 혹은 아트페어로 향하게 하여 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이다.
아모리쇼의 폐막을 다룬 뉴욕의 주요언론들의 기사에 따르면 데미안 허스트의 2007년 작인 ‘물 컵 있는 해골’이 400만 달러를 호가하는 가격에 거래되었고 몇몇 갤러리는 아모리가 시작되자마자 ‘매진’(Sold Out)됐다고 한다. 아모리쇼 관계자는 “여기에는 열광적인 컬렉터들, 관람객, 판매성과들이 작용했다”면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쇼로 평가하고 있다.
아모리쇼에 참가한 갤러리 중 43%가 유럽계, 뉴욕의 갤러리가 34%, 미국 내 다른 지역이 11%, 아시아 갤러리가 4%, 기타 국가들이 8%에 이른다. 이는 곧 국내갤러리들의 아모리쇼 입성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아모리쇼 기간동안 참여 갤러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한 일본 갤러리 디렉터는 아모리쇼의 참가비를 경제적인 타산에서 계산한다면 당장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모리쇼의 참가는 자국 미술 시장에 미치는 효과와 국외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플러스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갤러리로는 가나아트가 모던 아모리쇼에서 배병우, 이우환의 작품을 내걸었고 컨템퍼러리 아모리쇼에서는 국제갤러리와 원 앤 제이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제갤러리는 양혜규, 센정, 김기라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였고 외국 갤러리로 파리의 Thaddaeus Ropal 갤러리가 이불의 작품, 독일계 갤러리는 김동유의 작품을 선보였다.
2002년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는 후한루에게 한국 작가에 대해 묻자, ‘한국작가의 우수성과 작품의 경쟁력’을 꼽았다. 한국의 유능한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세계적인 아모리쇼가 열리는 기간을 겨냥하여 과감하게 뉴욕의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코리안 아트쇼는 거대한 뉴욕의 힘에 대해 너무 미미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미술사에 새로운 기록이라 할 수 있는 2010년 코리안 아트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를 위한 투자로 한국미술을 이해하는 세계적인 컬렉터들을 늘리는 초석을 깔았기 때문이다.
〈뉴욕 거주 독립 큐레이터·미술사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