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손으로’ 예술감독을 선출했더라면 ‘벼락치기 비엔날레’는 없었을 텐데….”
지난 2002년 3월28일. 4회 비엔날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프레오픈에서 당시 김포천 비엔날레 재단 이사장은 어수선한 전시장을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의 고백처럼 4회 비엔날레는 전시장인지 공사판인지 분간하기 힘든 분위기에서 막이 올랐다. 국내외 미술전문가들이 참석한 프레오픈은 비엔날레를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비엔날레의 치부를 낱낱이 보여주는 현장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전시 컨셉이 신선하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4회 대회는 비엔날레 역사상 ‘시간관리에 실패한 대회’로 기록됐다. 여기에는 전임 이사회가 차기 이사회로 미뤄도 될 비엔날레감독선출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 화근이 됐다. 3회 비엔날레 폐막과 동시에 임기가 끝나는 이사회가 4회 비엔날레의 핵심포스트인 예술감독을 앞당겨 선출한 것이다(재단은 비엔날레를 치르는 조직의 특성상 이사들의 임기가 2년이다).
4회 비엔날레의 수장과 이사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예술감독만 뽑아 놓다 보니 예기치 못한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무엇보다 4회 비엔날레의 이사회와 예술감독 간의 시각차로 인한 더딘 행보가 문제였다. 김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재단 이사회와 예술감독의 4회 비엔날레에 대한 시각차가 워낙 커 의견을 수렴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게다가 예술감독의 잦은 전시구성번복은 준비일정에 적신호를 초래했다. 시간을 절약한다고 서두른 일이 오히려 갈 길 바쁜 비엔날레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08 광주 비엔날레가 시계바늘을 5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듯하다. 지난 25일 국내감독을 뽑는 이사회에서 비엔날레 호에 새로 승선한 일부 신임 이사들이 감독후보들의 전시컨셉이 재단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자”고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지난 5개월 동안 재단이 올인 해왔던 비엔날레 내·외국인 공동감독제 선임절차는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사실 이 같은 파행은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된 이사회가 새로운 인물들로 짜여질 차기 이사회에 넘겨도 될 일을 충분한 내부 협의 없이 밀어붙였다. 일각에서 새 이사회 진용이 갖춰지면 모든 이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감독선임을 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감독선임은 빠를수록 좋다’는 주장에 밀렸다. 그 바람에 인력풀의 한계와 후보검증 소홀로 ‘적임자’를 찾지 못해 감독선출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예술감독선임은 비엔날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비록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감독선임이 계획보다 늦어지게 됐지만, 4회 대회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예술감독 선임은 성공비엔날레의 첫 단추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