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07 뉴욕아트페어’에 참가하고 돌아온 설치작가 이이남(39)씨는 요즘 ‘귀하신 몸’(?)이 됐다. 그를 찾는 러브콜이 여기저기서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는 난생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미술시장에서 40개국 수백여 명의 작가들을 제치고 토속적인 민화를 소재로 한 디지털 영상 작품 3점을 판매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운송상의 어려움으로 소품 판매에 만족해야 했지만, 가격을 떠나 벽안의 콜렉터들의 지갑을 열었다는 것은 분명 사건이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무명(無名)에 가까운 광주작가가 1점도 아닌 3점의 작품을 판매한 예는 지역 미술계에선 처음 있는 것으로, 선후배 미술인들의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지역 미술인들이 그를 만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정작 다른데 있다.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에서 작품을 팔아치운 비결도 궁금하지만, 그보다는 국제미술계의 흐름을 ‘귀동냥’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씨와 함께 뉴욕 콜렉터들의 관심을 모았던 조각가 최은태(32)씨도 요즘 한껏 고무돼 있다. 곤충 등을 소재로 한 실험적인 작업으로 지역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아트페어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다. 무엇보다 실험적인 작품을 알아주는 외국 콜렉터들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요즘 광주 미술계의 핫 이슈는 단연 뉴욕 아트페어다. 나인갤러리가 주축이 된 광주작가 9명이 올해 처음으로 참가한 뉴욕아트페어에서 작품 10점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근래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국제경매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른 한국작가들과 비교하면 소박한 규모이지만 지역작가들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결실이다.
사실 광주는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미술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광주작가들은 전무한 실정이다. 수많은 큐레이터나 콜렉터들이 참가하는 국제아트페어에 나가기 위해서는 상업화랑의 후원이 절대적인데, 유감스럽게도 광주에는 지역작가들이 ‘비빌 언덕’이 없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기는 하나 대회가 끝나면 그뿐, 광주작가들을 국제미술시장에 진출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뉴욕에서의 성과는 지역미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작가들이 지역이란 알을 깨고 국제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2, 제3의 뉴욕 성공 신화가 이어지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언제까지 광주미술이 ‘우물안 개구리’로 남아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