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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기름 밴 작업복, 세탁 고민 사라졌네요”
광주 하남산단 작업복 전문 세탁소 ‘光클리닝’ 가보니
일반세탁소에서 받아주지 않아 집에서 따로 손빨래 등 고충
공업용 세탁기 3대·건조기 3대 갖춰…산단업체들도 만족
노동자근심·오염 불안 덜어 ‘일석이조’…세탁비 문제 풀어야
2021년 04월 08일(목) 22:00
8일 오후 시험운행중인 광주시 광산구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光크리닝’에서 광산지역자활센터 소속 자활 근로자들이 이날 수거된 노동자 작업복을 오염도에 따른 분류 작업을 실시 하고 있다.
소매에서 어깨까지 묻은 시꺼먼 기름때, 불똥이 뛰어 구멍 뚫린 상의, 낡고 해진 바짓단, 곳곳에 묻은 얼룩들.

8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내 세워진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인 ‘光클리닝’에 맡겨진 산단 노동자들의 작업복은 성한 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작업복 세탁소에 들어온 분량은 2개의 노란색 상자 2개를 가득 덮었다. 작업복은 시커먼 기름때가 많이 묻은 옷부터 분류된 뒤 3대의 세탁기에 나뉘어 세탁된다.

기름이 줄줄 흐르고 사방에서 불똥이 튀며 유해물질에 노출된 위험한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노동자들의 ‘장비’인 작업복 세탁은 노동자들의 고민이었다.

기름때, 유해물질 등이 묻어있는 작업복은 일반 세탁소에서는 받아주지도 않고 전문세탁소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정용 세탁기로 돌리기도 걱정된다는 게 노동자들 설명이다. 작업복에서 흘러나온 유해물질이 식구들 옷을 오염시킬까 봐서다.

이런 걱정을 덜어준 게 지난달 25일부터 시범 운영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다. 오는 22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지난 20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 세탁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뒤 3년 만으로, 김해·창원·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문을 열게 됐다.

세탁소는 225㎡ 규모 공간으로, 공업용 세탁기 3대(35·50·100㎏), 건조기 3대(각 100㎏ 용량) 등을 갖췄다.

가스스팀보일러와 대형 프레스형 다리미, 간단한 수선실도 마련됐다.

1일 실제 세탁을 시작한 이후 7일까지 세탁된 노동자 작업복은 249벌. 하루 평균 35벌 꼴로 매일 세탁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기름때와 유해물질이 섞여 있어 일반 세탁소에선 받아주질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이 함께 쓰는 가정용 세탁기에 작업복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작업복에서 흘러나온 유해물질이 식구들 옷을 오염시킬까 봐 항상 걱정이 앞섰다는 게 노동자들 얘기다.

세탁소를 이용하게 된 노동자는 “그동안 일반 세탁소에서는 페인트가 묻어있는 작업복을 받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족과 함께 쓰는 집 세탁기에서 페인트와 시너가 묻은 작업복을 돌렸다”면서 “작업복에서 나온 물질이 식구들 옷을 오염시킬까 봐 따로 세탁하긴 했지만 항상 걱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작업복에는 가루나 먼지가 워낙 많이 나와 집 세탁기가 자주 고장나는 것 같아 손빨래를 했는데, 그런 걱정은 덜게 됐다”고 했다.

업체들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일주일에 3차례, 60벌씩 회사 비용으로 세탁을 맡기는 하남산단 내 현대하이텍 관계자는 “예전 노동자들이 가정에서 직접 세탁을 했는데 직원들 만족도가 워낙 높아서 복지 차원에서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지역민과 환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벌당 500~1000원의 세탁비용 문제는 사용자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

노동계에서는 깨끗하고 튼튼한 작업복을 입을 권리는 곧 건강·안전·환경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작업복 관리는 ‘사용자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시범운영중인 세탁소에 작업복을 맡기고 있는 10여 곳의 사업체들 대부분은 회사 노동자들의 세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탁비가 아무리 저렴해도 매일 수십벌의 세탁비용은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를 처음으로 제안한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아직도 여수산단, 대불산단, 광양제철소 등지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작업복 세탁을 가정에서 하고 있다”며 “깨끗하고 안전한 옷을 입고 일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전국의 모든 산단 지역으로 확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산업단지 담당자들로 구성된 ‘노동자 작업복세탁소 실사단’은 이날 하남산단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를 방문해 세탁시설 가동 등 운영 실태를 둘러보고 전국 확대를 위해 개선·보완할 점 등을 살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